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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1장 노동 현장의 재편
AI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구조 변화와 대응
1장 노동 현장의 재편
김경진
1. 일자리 소멸 속도와 인간 적응 속도의 불일치
2025년 5월 어느 화요일 아침,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레드먼드 캠퍼스에 6,000통의 해고 통지서가 발송되었습니다. 전체 직원의 3%에 해당하는 숫자였습니다. 해고된 직원 가운데 40% 이상이 소프트웨어 개발자였습니다. 18년 경력의 타입스크립트 개발자도, Python 언어의 핵심 개발자들도 명단에 올랐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스타트업 지원 조직을 이끌던 가브리엘라 드 케이로스마저 해고되었습니다. AI 분야에서 일한다고 해서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이 사건은 냉혹하게 증명했습니다.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그 분기에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1분기 매출 70.1억 달러, 전년 대비 13% 성장. 회사가 어려워서 자른 것이 아닙니다. 사티아 나델라 CEO는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우리 회사 소프트웨어 코드의 30%를 AI가 작성하고 있습니다." 해고는 더 이상 위기의 신호가 아니라 AI 시대의 경영 전략이 된 것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만이 아니었습니다. 구글은 어시스턴트 사업부에서 수백 명을 잘랐고, 아마존은 2025년 10월 14,000명의 기업 직원을 정리했습니다. 메타는 3,600명, 테슬라는 14,000명. 이유는 한결같았습니다. "AI에 집중하기 위해서." 2025년 상반기에만 기술 분야에서 AI와 직접 연결된 해고가 77,999건에 달했습니다. 하루 평균 427명꼴입니다. 2026년 3월까지 누적된 기술 업계 해고 45,363건 가운데 약 9,238건, 그러니까 20.4%가 기업 스스로 AI와 자동화를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2025년에는 이 비율이 8%에 못 미쳤으니, 1년 사이에 기업들의 언어가 바뀐 셈입니다. 더 이상 돌려 말하지 않습니다.
숫자의 규모를 넓혀 보겠습니다. 골드만삭스는 2035년까지 전 세계에서 약 3억 개의 정규직 일자리가 자동화의 영향권에 들어설 것이라고 추산합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25년 미래 일자리 보고서는 좀 더 세분화된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2030년까지 9,2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1억 7,000만 개의 새 일자리가 생겨 순증 7,800만 개라는 것입니다. 언뜻 희소식처럼 보이지만, 이 숫자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사라지는 일자리와 생기는 일자리가 같은 사람에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WEF에 따르면 AI 관련 신규 직업의 77%가 석사 학위를, 18%가 박사 학위를 요구합니다. 해고된 콜센터 직원이 AI 연구원으로 전환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해시드 김서준 대표의 진단이 정곡을 찌릅니다. "AI 충격은 다른 충격과 다르다. 전쟁이나 지정학은 1년 지나면 다른 국면으로 바뀌지만, AI 충격은 10년 내내 우리를 못살게 굴 것이다." 기술이 인간의 적응력을 앞지르는 이 불일치를 국가 수준에서 해결하지 않으면, 사회 전체에 충격파가 밀려옵니다. 미국고용통계국(BLS) 자료에 따르면 컴퓨터 개발자 고용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2년간 27.5% 감소했습니다. 1980년 이래 최저 수준입니다. 전체 고용은 늘었는데 개발자 채용 공고는 35% 줄었습니다. 일시적 현상이 아닙니다. 구조가 바뀌고 있는 겁니다.
Anthropic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2025년 파리 VivaTech 행사에서 "AI가 향후 5년 내에 사무직 신입 직원 일자리의 절반을 없앨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40대와 50대 직장인들의 상황은 더 곤혹스럽습니다. 새 기술을 배우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은퇴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HBR이 2025년 12월에 실시한 조사에서는 더 불편한 현실이 드러났습니다. 많은 기업이 AI의 실제 성과가 아니라, AI가 가져다줄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해고를 단행하고 있었습니다. AI라는 단어가 해고의 면죄부가 된 것입니다. Resume.org가 미국 채용 담당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59%가 "AI를 해고의 이유로 내세우는 편이 이해관계자에게 더 잘 먹힌다"고 시인했습니다.
문제의 본질은 속도 차이에 있습니다. AI는 20년 경력 개발자의 기술을 20분 만에 학습합니다. 채용 플랫폼 원티드랩이 현직 개발자 1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가량이 생성 AI의 코딩 실력이 1~3년 차 개발자를 능가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인간의 재교육에는 수년이 걸리고, 대학 커리큘럼 개편에는 그보다 더 오래 걸립니다. 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데 인간의 적응은 선형적입니다. 이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한, 노동 시장의 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2. 빌러블 아워(시간당 과금) 경제의 붕괴
뉴욕 맨해튼의 한 대형 법무법인에서 주니어 변호사 세 명이 이틀 동안 매달렸던 일이 있었습니다. 소송 건의 3년 치 회의록과 이메일을 검토하여 핵심 쟁점을 추출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수천 페이지 분량이었고, 빌링 시간으로 환산하면 약 60시간, 고객에게 청구되는 비용은 대략 3만 달러 안팎이었습니다. 2026년 봄, 같은 법무법인의 같은 팀이 같은 종류의 작업을 AI 리서치 도구에 맡겼습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5분이었습니다.
5분짜리 결과물에 60시간 치 비용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답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메타(Meta)는 외부 법률 자문 가이드라인에서 AI가 생성한 작업물에 대해 변호사 시간당 요율로 비용을 청구하지 말 것을 명시했습니다. 사이버 보안 기업 Zscaler도 마찬가지입니다. UBS는 2026년 초에 AI 관련 조항을 별도로 포함한 빌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메시지는 수렴하고 있습니다.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에 인간의 시간당 요율을 지불할 의사가 없다는 것.
빌러블 아워, 즉 시간당 과금 모델은 법률 산업의 운영체제와 같았습니다. 법무법인이 사건에 인력을 배치하는 방식, 주니어 변호사를 평가하는 기준, 파트너를 보상하는 체계, 매출을 성장시키는 동력 모두가 이 하나의 과금 방식에 의존했습니다. 그런데 이 운영체제가 붕괴하고 있습니다. 해시드 김서준 대표가 "다가오는 30개의 균열"에서 지적한 것처럼, 컨설팅, 법률, 회계 등 B2B 지식산업 전체가 요금표를 다시 써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네 개의 AI 모델이 독립적으로 평가한 "3년 내 실현 확률"의 평균은 80%였습니다.
구조적 모순이 있습니다. 같은 유형의 고용 분쟁을 두 변호사가 처리한다고 가정합니다. 한 명은 40시간 만에 해결하고, 다른 한 명은 120시간이 걸립니다. 시간당 과금 모델에서 고객은 느린 변호사에게 세 배를 지불합니다. 결과는 동일한데도요. 이 시스템은 효율성을 벌주고, 비효율성에 보상합니다. AI가 이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을 뿐입니다.
Thomson Reuters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법률 전문가들은 AI 도입으로 연간 약 240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합니다. 문서 요약, 초벌 리서치, 증언 요약, 계약 조항 추출, 타임라인 작성 등 주니어 변호사의 빌링 시간 가운데 상당 부분이 이미 상용 AI 도구의 처리 범위 안에 있습니다. 고객들이 이 항목에 대한 비용 지급을 체계적으로 거부하기 시작하면, 살아남는 법무법인은 AI로 범용 작업 계층을 처리하고 그 위의 판단 계층에 비용을 청구하는 곳뿐입니다.
대안은 이미 존재합니다. 가치 기반 과금(Value-Based Pricing)은 컨설팅, 회계, 투자은행 등 다른 전문 서비스 산업에서 수십 년 전부터 표준이었습니다. 법률 산업만이 마지막 보루를 지키고 있었을 뿐입니다. 시카고 변호사 재단의 밥 글레이브스 사무총장은 "빌러블 아워는 지난 50년간 법률 서비스를 일반인에게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비싸게 만든 최대 원인"이라고 진단합니다. AI는 그 50년 된 제도의 종언을 앞당기는 촉매입니다.
법률 산업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컨설팅도 같은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맥킨지의 주니어 컨설턴트가 2주간 작성하던 시장 분석 보고서를, AI가 하루 만에 초안을 완성합니다. 회계 감사에서 전표 대조 작업을 AI가 처리하면 감사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시간을 파는 것이 곧 직업이었던 모든 산업이 같은 질문 앞에 섰습니다. "우리가 실제로 팔고 있는 것은 시간인가, 판단인가."
Artificial Lawyer는 2026년 전망 보고서에서 "법률 문서의 90%가 AI에 의해 생성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빌러블 아워의 죽음은 성급한 진단"이라는 유보를 달았습니다. 고급 업무, 전례에 기반한 리스크 평가, 시장 관행에 대한 전문적 판단에는 여전히 시간 기반 과금이 유지될 것이라는 겁니다. 맞는 말입니다. 모든 법률 업무가 동시에 바뀌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하급 업무와 범용 업무에서 빌러블 아워가 무너지면, 그 기반 위에 서 있던 전체 수익 구조가 흔들립니다. 피라미드의 하단이 축소되면 상단도 재조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증명해야 할 것은 시간이 아니라 판단입니다. 이 전환의 속도가 얼마나 빠를지는 산업마다 다르겠지만, 방향은 돌이킬 수 없습니다.
3. 상시 성과 평가와 상시 감시의 경계 소멸
한 국내 IT 기업의 팀장 K씨는 2025년 하반기부터 새로 도입된 AI 기반 성과 관리 시스템을 쓰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팀원들의 코드 커밋 빈도, 슬랙 메시지 응답 시간, 화상회의 발언 비율, 문서 작성량을 실시간으로 추적합니다. 분기별 성과 평가에 들어가던 시간이 90% 이상 줄었다고 회사는 자랑합니다. K씨의 팀원들은 다른 감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화장실 다녀오면 슬랙 응답 시간이 늘어난다"는 농담이, 농담이 아니게 된 것입니다.
김서준 대표의 "30개의 균열" 29번 항목이 이 상황을 예견했습니다. "AI가 업무 산출물과 협업 패턴을 상시 분석한다. 연말 평가 투입 시간 90% 이상 감소한다. 상시 평가가 공정성을 높이는 순간, 그것은 상시 감시와 구별이 불가능해진다." 네 AI 모델이 평가한 3년 내 실현 확률은 45%였습니다. 수치가 낮다고 안심할 수 없는 이유는, 이미 부분적으로 실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감시 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라는 개념을 제안한 쇼샤나 주보프 교수의 분석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플랫폼 기업은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추출하여 예측 상품으로 바꿉니다. 같은 논리가 이제 일터로 침투합니다. "직원 몰입도 측정"이라는 이름 아래 감정 상태와 업무 패턴이 실시간으로 수집됩니다. 2025년 기준으로 미국 대기업의 60% 이상이 어떤 형태로든 직원 모니터링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원격근무가 확산되면서 이 수치는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경계가 소멸하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AI 시스템은 개별 노동자의 업무 패턴을 학습하고, 생산성 하락의 조기 징후를 포착하고, "개선 권고"를 자동으로 보냅니다. 여기까지는 성과 관리입니다. 그런데 같은 시스템이 이메일의 어조를 분석하고, 화상회의에서의 표정 변화를 추적하고, 점심시간의 길이를 기록하기 시작하면 이것은 감시입니다. 기술적으로 둘 사이에 경계선을 긋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성과를 측정하는 데이터와 행동을 감시하는 데이터가 같은 데이터이기 때문입니다.
평가는 사후적인 것이 아니라 실시간 알고리즘의 피드백 루프에 통합되었습니다. 노동은 데이터 추출과 행동 수정의 대상이 되었고, 노동자는 이 시스템 안에서 최적화의 변수로 전환됩니다. 연말 한 번의 인사 평가가 가져다주던 불안과, 365일 24시간 측정당하는 불안은 질적으로 다릅니다.
이 흐름에 맞서려면 "무엇을 측정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측정하지 않을 것이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기술이 가능하게 만든 것을 전부 실행하는 것이 기업의 당연한 권리인지, 노동자에게는 측정되지 않을 권리가 있는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아직 없습니다.
EU는 2025년 발효된 AI법에서 작업장 내 감정 인식 AI의 사용을 금지하는 조항을 포함시켰습니다. 하지만 성과 데이터 수집과 감정 모니터링 사이의 경계는 기술적으로 모호합니다. 슬랙 메시지의 응답 속도를 측정하는 것은 성과 관리입니다. 그 메시지의 어조에서 감정 상태를 추론하는 것은 감정 인식입니다. 같은 데이터에서 두 가지 정보가 동시에 추출됩니다. 하나를 금지하면서 다른 하나를 허용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가능한지 아직 아무도 증명하지 못했습니다.
아마존의 물류 창고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노동자의 동선과 작업 속도가 초 단위로 추적되어 왔습니다. 화장실에 다녀오는 시간이 생산성 점수에 반영된다는 보도가 있었고, 시스템이 자동으로 해고 권고를 생성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블루칼라 노동의 예외적 사례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많았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같은 논리가 화이트칼라 사무실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코드 커밋 수, 문서 작성량, 회의 참여도. 측정 대상만 달라졌을 뿐 구조는 같습니다.
답을 미루는 동안 감시 인프라는 이미 깔리고 있습니다.
4. 주니어 경력 사다리의 단절과 직업 재생산 구조의 파괴
숙련(mastery)으로 가는 통로가 끊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런 순서가 있었습니다. 법무법인의 1년 차 변호사가 수천 장의 계약서를 눈으로 읽습니다. 회계법인의 신입 감사원이 수백 건의 전표를 손으로 대조합니다. 소프트웨어 회사의 인턴 개발자가 선배 코드를 읽으며 디자인 패턴을 체득합니다. 지루하고, 반복적이고, 때로는 무의미해 보이는 그 시간이 전문가를 만들었습니다. 도제 제도(apprenticeship)의 디지털 버전이었습니다.
AI가 이 통로를 차단하고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주니어 변호사가 이틀 걸리는 문서 검토를 AI가 5분 만에 처리하는데, 왜 주니어를 고용하겠습니까. 듀오링고의 루이스 폰 안 CEO는 2025년 4월 "AI가 할 수 있는 일에는 더 이상 계약직을 고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사람인 조사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국내 IT업계 신입 개발자 채용은 전년 대비 18.9% 줄었습니다. 골드만삭스 연구에 따르면 기술 관련 직종의 20~30세 실업률은 2025년 초부터 약 3%포인트 상승했습니다. 다른 직종이나 전체 기술 근로자와 비교해 현저히 높은 수치입니다.
미국 전체를 보면 입사 레벨 채용 공고가 전년 대비 15% 감소했고, 구인 광고에 "AI"를 언급하는 기업은 2년 사이 400% 급증했습니다. 2025년 1월, 전문 서비스업 구인 공고는 2013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20% 감소한 수치입니다.
여기서 끊어지는 것은 일자리만이 아닙니다. 직업이 세대를 걸쳐 재생산되는 구조 자체가 무너집니다. 시니어 변호사는 주니어가 검토한 문서를 다시 점검하면서 판단의 기준을 전수했습니다. 시니어 개발자는 주니어의 코드를 리뷰하면서 설계 철학을 가르쳤습니다. 주니어가 사라지면 이 전수의 고리가 끊깁니다. 10년 후, 20년 후에 시니어가 될 사람이 실무 경험을 쌓을 기회 자체를 잃는 것입니다.
김서준 대표의 "30개의 균열" 15번 항목은 이 문제를 정확하게 포착합니다. "기업 법무팀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계약서 검토, 규제 준수, 리스크 분석의 상당수를 에이전트가 수행한다. 주니어 변호사 수요가 감소한다.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올라가는 사다리는 절벽이 된다." 3년 내 실현 확률 60%. 회계 분야도 다르지 않습니다. 같은 메모의 18번 항목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중 7곳이 회계사 없이 세무를 끝낸다. 회계사의 존재 이유가 장부를 맞추는 것에서 숫자 너머의 판단을 내리는 것으로 압축된다." 3년 내 실현 확률 85%.
Gartner의 예측이 이 전환의 속도를 보여줍니다. 2026년까지 20%의 조직이 AI를 써서 조직 구조를 수평화하고, 현재 중간관리직의 절반 이상을 제거할 것이라는 겁니다. 조직이 수평화되면 주니어가 밟고 올라설 계단 자체가 사라집니다.
결국 이 문제는 효율성의 역설입니다. 단기적으로 기업은 비용을 절감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전문가 계층의 세대 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경력 사다리의 맨 아래 칸을 치워버리면, 맨 위에 올라설 사람도 결국 사라집니다.
The Atlantic은 미국의 최근 대졸자들 사이의 실업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졌다고 보고했습니다. 기업들이 신입 사무직 일자리를 AI로 대체하거나, AI 투자에 대한 지출이 신규 채용을 위한 예산을 밀어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 세대 전체가 전문적 실무 경험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이고, 그 결과는 10년 뒤, 20년 뒤에 산업 전체의 전문성 공백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의사 수련 과정에서 실습을 빼버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 보십시오. 교과서만 읽은 의사가 환자를 집도할 수 있을까요. 법률, 회계, 소프트웨어 개발, 컨설팅 등 모든 지식산업에서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인간 전문성의 재생산 시스템이 한 세대 안에 붕괴할 수 있다는 경고를 지금 우리는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습니다.
5. 중간관리직 소멸과 조직 구조의 수평화
2024년 10월, 가트너(Gartner)는 IT 심포지엄에서 한 가지 예측을 발표했습니다. "2026년까지 20%의 조직이 AI를 사용하여 조직 구조를 수평화하고, 현재 중간관리직의 절반 이상을 제거할 것이다." 2025년 가트너 CEO 서베이에서는 더 강한 신호가 나왔습니다. 조사 대상 CEO의 절반 이상이 향후 5년 내에 AI를 써서 중간관리 계층을 줄이겠다고 답한 것입니다.
중간관리자가 하는 일을 분해해 보겠습니다. 상부의 전략을 하부의 실행 단위로 번역합니다. 팀원들의 업무를 배분하고 진행 상황을 추적합니다. 성과를 측정하고 경영진에게 리포트합니다. 갈등을 조율하고, 정보를 위아래로 전달합니다. 이 가운데 업무 배분, 진척 추적, 성과 리포트는 AI 에이전트가 이미 상당 부분 처리할 수 있습니다.
김서준 대표의 "30개의 균열" 1번 항목이 이 변화를 압축합니다. "에이전트가 업무 배분, 진척 추적, 성과 리포트를 처리하면서 상위 매니저의 관리 범위가 5배 이상 확대된다. 최상위 관리직 외에 정보를 위아래로 옮기던 상당수 중간관리직은 불필요해진다." 3년 내 실현 확률 65%. 가트너의 분석과 방향이 일치합니다. 2025년 가트너 CEO 서베이에 따르면, 기업들은 AI를 통해 한 명의 관리자가 약 20% 더 많은 직원을 감독할 수 있게 만들려 합니다. 관리 범위가 넓어지면 중간 계층의 필요성은 줄어듭니다.
이 변화의 이면이 있습니다. 조직 내에서 대부분의 문제는 '중간'에서 발생합니다. 비전만 제시하는 경영진과 실무만 담당하는 일선 사이의 간극, 부서 간 이해관계의 충돌,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의 판단, 이런 것들을 중간관리자가 처리해왔습니다. AI가 데이터 기반의 업무 조율은 잘하지만, 팀원의 사기가 떨어진 이유를 파악하거나, 두 부서 사이의 암묵적 갈등을 풀어내는 것은 다른 차원의 능력입니다.
그럼에도 기업들의 움직임은 빠릅니다. 단기적으로 인건비가 줄고,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지고, 보고 계층이 단순해지니까요. Workday는 2025년에 전체 인력의 8.5%, 약 1,750명을 해고하면서 AI 투자로 자원을 재배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감축 대상의 상당수가 중간관리 기능을 수행하던 직원들이었습니다.
수평화된 조직은 빠릅니다. 하지만 취약하기도 합니다. 중간 계층이 담당하던 완충 기능, 멘토링 기능, 갈등 조정 기능이 사라지면 조직은 경영진의 판단 오류에 직접 노출됩니다. 중간관리자가 없는 조직에서 주니어 직원은 누구에게 배울 것이며, 번아웃을 겪을 때 누구에게 말할 것인지, 이 질문에 AI는 아직 답하지 못합니다.
가트너 자체도 이 부작용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같은 보고서에서 "전통적 멘토링 경로가 훼손될 수 있고, 주니어 직원의 발전 기회가 줄어들 수 있으며, 남은 관리자가 급격히 늘어난 직속 부하에 압도당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콜센터의 소멸도 같은 맥락입니다. 김서준 대표의 메모 5번 항목에 따르면 AI 처리율이 3년 내 90%에 도달하면서 한국 기준 40만 명이 재배치 대상이 됩니다. 콜센터 관리자, 팀장, 품질 관리(QA) 담당자 모두가 이 수평화의 대상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조직이 중간 계층 없이 운영된 적은 거의 없습니다. 로마 군단에도 백인대장(centurion)이 있었고, 중세 길드에도 장인과 도제 사이에 직인(journeyman) 계층이 있었습니다. 중간 계층의 존재는 인간 조직의 보편적 특성에 가깝습니다. 그 계층을 기술로 제거하는 실험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우리에게는 아직 충분한 선례가 없습니다.
조직 구조의 수평화는 불가피합니다. 문제는 속도입니다. 너무 빠르게 중간 계층을 걷어내면 조직의 면역 체계가 같이 사라집니다. 가트너의 예측대로 2026년까지 5분의 1의 조직이 이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그중 상당수는 수평화의 부작용을 뒤늦게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6. 인간 노동의 럭셔리화와 'Handmade by Human' 프리미엄
서울 청담동의 한 레스토랑에서는 코스 요리의 마지막 접시가 나올 때 셰프가 직접 테이블로 나옵니다. 재료의 산지를 설명하고, 조리 과정에서의 고민을 이야기합니다. 음식의 맛이 전부가 아닙니다. 인간이 직접 만들었다는 사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는 경험이 30만 원짜리 디너의 가격을 구성합니다. AI가 레시피를 분석하고 로봇 팔이 정확한 온도로 조리하는 레스토랑이 등장하더라도, 이 경험을 대체하기는 어렵습니다.
김서준 대표의 "30개의 균열" 10번 항목이 이 현상을 예측합니다. "Handmade by Human 라벨에 큰 프리미엄이 붙는다. 수제 가구, 인간 요리사, 대면 상담이 고급 서비스가 된다. 비효율은 인간 노동의 마지막 경쟁력이다." 3년 내 실현 확률 75%. 같은 메모의 5번 항목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콜센터가 사라지면서 "인간과 통화하는 것 자체가 프리미엄으로 과금된다"는 전망입니다.
이 변화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AI가 결과물의 복제를 쉽게 만들수록, 과정에 대한 가치가 올라갑니다. AI는 픽셀과 데이터를 조합하여 그럴듯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지만, 그 안에 담긴 인간적 맥락, 의사결정의 문법, 불완전함에서 오는 개성은 담아내지 못합니다. 미슐랭 식당에서 셰프의 스토리가 음식의 가치를 결정하듯, 인간이 직접 했다는 사실 자체가 럭셔리한 가치가 되는 영역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Klarna의 사례가 이 역학을 보여줍니다. 2024년 2월, 이 핀테크 회사는 AI 챗봇이 700명의 고객서비스 직원과 같은 일을 해낸다고 발표했습니다. 첫 달에만 230만 건의 상담을 처리하고, 평균 해결 시간을 11분에서 2분으로 줄였습니다. 4,000만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를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1년 후인 2025년 5월, 세바스찬 시에미아트코프스키 CEO는 방향을 바꿨습니다. "AI만으로는 품질이 떨어진다"며 인간 고객서비스 직원을 다시 채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효율과 비용의 관점에서 AI는 압도적이었지만, 고객이 원하는 것은 효율만이 아니었습니다.
럭셔리화에는 그림자가 있습니다. 인간 노동이 프리미엄이 된다는 것은, 인간 노동을 살 여유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사이의 격차가 벌어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부유층은 인간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인간 변호사에게 상담을 받고, 인간 교사에게 자녀를 맡깁니다. 나머지는 AI로 대체된 서비스를 씁니다. 공감, 돌봄, 창의적 변주가 요구되는 노동은 고급화되고, 효율 중심의 노동은 AI에게 넘어갑니다.
이미 이 분리는 금융 서비스에서 시작되고 있습니다. 김서준 대표의 메모 21번 항목이 이를 포착합니다. "에이전트가 시장 데이터와 소비 패턴을 통합 분석해 자산을 자동 리밸런싱하는 서비스가 보편화된다. 부자는 컨시어지 목적으로 사람 상담사가 커버하지만, 대중은 에이전트로 충분하다. 금융의 계층화가 더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메모의 7번 항목에 따르면 1차 의료의 70%는 패턴화된 진단과 처방인데, 이것이 앱으로 넘어가면 인간 의사의 대면 진료는 지불 능력이 있는 사람만 누리는 서비스가 됩니다.
인간이 직접 하는 모든 것이 럭셔리가 되는 세상은, 다르게 말하면 인간적 접촉을 돈으로 사는 세상입니다. 수공예 가구 장인이 AI 자동화 공장과 공존하는 것은 아름다운 그림이지만, 수공예 가구를 살 수 있는 사람이 상위 5%뿐이라면 그것은 시장의 다양성이 아니라 계급의 고착화입니다.
그래서 'Handmade by Human'이라는 라벨은 희망이면서 동시에 경고입니다. 인간 노동의 고유한 가치가 인정받는다는 의미이지만, 그 가치가 소수만 누릴 수 있는 사치품이 될 위험도 담고 있습니다. 비효율이 인간 노동의 마지막 경쟁력이라면, 그 경쟁력을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사회의 몫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AI가 서비스하는 대중과 인간이 서비스하는 엘리트라는 두 개의 세계를 만들게 됩니다. 그 분기점이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