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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12장 미중 AI 패권 경쟁과 지정학적 리스크
PALANTIR 전쟁 감시 인공지능
제6부 미래와 시사점: 팍스 테크니카(Pax Technica)
12장 미중 AI 패권 경쟁과 지정학적 리스크
김경진 변호사
가. 중국의 기술 굴기에 대한 서구의 대응
(1) 군민융합(Civil-Military Fusion)과 중국판 팔란티어 딥이시(Deepexi)
2024년 가을, 워싱턴 D.C.의 조지타운대학교 캠퍼스에서 한 연구팀이 거대한 엑셀 파일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화면에는 2,857건의 계약서가 나열되어 있었습니다. 2023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중국 인민해방군이 체결한 AI 관련 조달 계약서였습니다. 보안기술신흥기술센터(CSET)의 연구원들은 이 데이터를 분석하며 하나의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계약 상대 기업 1,560곳 중 상당수가 민간 회사였습니다. 그중 4분의 3은 국유기업이 아니었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기업들의 3분의 2가 2010년 이후에 설립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데이터가 말해주는 것은 명확했습니다. 중국의 군민융합 전략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군민융합이라는 단어는 1990년대 후반 중국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한 구호에서 실체 있는 구조로 변한 것은 시진핑 시대에 들어서입니다. 2017년, 시진핑은 중앙군민융합발전위원회를 설립했습니다. 중국 공산당 최고위 기구가 직접 이 전략을 지휘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해 과학기술부는 군민융합 5개년 계획을 발표했고, 국무원은 인공지능 발전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세 개의 문서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정렬되었습니다. 민간의 기술 혁신을 군사력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서구에서 이 전략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민간과 군사는 분리되어 있습니다. 구글 직원들이 드론 프로젝트에 반발하고, 마이크로소프트 엔지니어들이 국방부 계약에 항의 서한을 보냅니다. 하지만 중국에는 그런 경계선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컴퓨팅 역량은 인민해방군의 지휘통제 시스템으로 직결될 수 있습니다. 텐센트의 안면 인식 기술은 위구르 지역의 감시 카메라에 적용됩니다. 하이크비전의 보안 모니터는 이미 중국 군의 감시 및 영상 처리 시스템에 납품되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의 크리스토퍼 애슐리 포드 전 차관보는 이 상황을 이렇게 요약했습니다. "중국에서 접근 가능한 모든 기술, 그리고 베이징이 군사 및 국가안보 목적에 유용하다고 판단하는 모든 기술은 그 목적을 위해 사용될 것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요."
이 맥락에서 딥이시(Deepexi)라는 이름이 등장합니다. 이 회사는 2025년 10월 홍콩 증시에 상장을 추진하며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공시 문서에 따르면 딥이시는 스스로를 "기업용 대규모 AI 응용 솔루션 제공자"로 정의합니다. 데이터 통합, 실시간 분석, 예측 모델링을 한 패키지로 묶어 기업의 의사결정을 돕는다고 설명합니다. 팔란티어가 20년 전 미국에서 시작한 일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합니다.
서방 정보기관 분석가들이 딥이시를 "중국판 팔란티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두 회사 모두 데이터를 통합하고, 시각화하며, AI로 분석하여 의사결정 속도를 높여줍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팔란티어는 서구의 법적 제약과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까다로운 조건 속에서 성장했습니다. 딥이시는 그런 제약이 없습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데이터 접근 권한을 무제한으로 누립니다. 군민융합 체제에서는 민간 기업이 수집한 데이터가 국가 안보 목적으로 즉시 전용될 수 있습니다. 조지타운대 CSET의 분석은 이 전략이 실제로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보여줍니다. AI 관련 군 조달 계약에서 상위 15개 기업 중 11개는 여전히 국유기업이나 국방 연구기관이었습니다. 중국전자과기집단공사(CETC), 중국항천과기집단(CASC), 북방공업(NORINCO) 같은 이름들입니다. 하지만 나머지는 민간 기업이었습니다. 아이플라이텍(iFlytek)은 음성 인식과 자연어 처리 분야의 선두주자로, 2년 동안 20건의 군 계약을 따냈습니다. 번역 소프트웨어와 AI 기반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피이샛(PIESAT)은 위성 및 지리공간 분석 회사로, 전투 시뮬레이션 플랫폼과 자동 표적 인식 기술을 납품했습니다.
이것이 서구를 긴장시키는 이유입니다. 중국의 방위산업 생태계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거대한 국유기업들이 독점했던 영역에 젊고 민첩한 민간 기업들이 진입하고 있습니다. 이 기업들은 최첨단 AI 기술을 군에 공급하며, 인민해방군의 기술 역량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시진핑의 지시 아래, 중국은 이제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에 군민융합을 핵심 축으로 삼으려 하고 있습니다. "AI 플러스" 이니셔티브라 불리는 이 구상은 AI를 경제와 사회 전반에 깊이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2024년 3월, 리창 총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새로운 품질의 생산력을 더 빠른 속도로 발전시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것은 민간 AI의 진전이 자동으로 군사력 강화로 이어지는 체제의 완성을 의미합니다.
서구의 대응은 여러 층위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반도체와 컴퓨팅 파워의 출입구를 좁히는 일입니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 은 2024년 12월 첨단 반도체 수출통제를 강화했습니다. 2025년 1월에는 글로벌 'AI 확산(AI Diffusion)' 규칙이 발표되었습니다. 제3국을 통한 우회까지 차단하려는 시도입니다.
두 번째는 동맹의 재편입니다. AUKUS 필러 2는 AI, 자율 시스템, 사이버, 전자전, 양자 기술 분야에서 미국, 영국, 호주 간 공동 개발을 제도화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무기 구매 동맹이 아닙니다.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공유하는 기술 동맹입니다.
세 번째는 중국 기업에 대한 분류와 제재입니다. 미 국방부는 2021년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따라 "중국 군사 기업(CMC)" 목록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2024년 회계연도 국방수권법 805조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갑니다. 2026년 6월 30일부터 국방부는 이 목록에 오른 기업뿐만 아니라, 그 기업이 생산하거나 개발한 상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기업과도 계약을 맺을 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수출통제와 제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2025년 10월, 중국은 홀뮴, 어븀, 툴륨, 유로퓸, 이테르븀 등 희토류 원소에 대한 수출통제를 확대했습니다. 이 원소들은 F-35 전투기, 토마호크 미사일, 레이더 시스템, AI 반도체에 필수적입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60%, 가공의 90%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지렛대를 국방력의 도구로 바꾸는 전략입니다.
팔란티어의 알렉스 카프는 이 상황을 두고 말합니다. "중국과 우리는 AI 군비 경쟁 중입니다. 우리는 이미 전쟁 상태에 있습니다." 그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샴 산카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는 중국이 서구의 지식재산권을 훔치고, 일대일로를 통해 경제적으로 침투하며, 하이브리드 전술로 서구를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결국 중국의 기술 굴기에 대한 서구의 대응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섭니다. 그것은 체제와 체제의 대결입니다. 국가가 모든 것을 통합하고 동원하는 시스템과, 민주적 가치와 시장 원리를 지키면서 혁신을 추구하는 시스템의 대결입니다. 팔란티어는 그 대결의 한복판에 서서, 서구에게 묻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면서도 자유를 지킬 수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쓰이지 않았습니다.
(2) 대만 해협 위기 시뮬레이션과 억지력으로서의 AI
2025년 7월 31일, 워싱턴 D.C.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강당에 전직 군 장교와 안보 전문가들이 모였습니다. 화면에는 "Lights Out?"이라는 제목이 떠 있었습니다. 전등이 꺼진다. 대만 봉쇄 시 벌어질 상황을 은유한 제목이었습니다. 연구팀은 23번의 워게임을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중국이 대만을 해상 봉쇄할 경우, 세계 무역이 마비되고 서태평양에서 대규모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결론이었습니다.
마크 캔시언 퇴역 해병대 대령은 청중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이것은 1942년 지중해의 페데스탈 작전, 1943년 북대서양의 ONS-5를 떠올리게 하는 대규모 호송선 전투가 될 것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해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였습니다.
대만 해협은 더 이상 먼 바다가 아닙니다. 그곳은 미중 AI 패권 경쟁이 물리적으로 충돌할 수 있는 최전선입니다. 그리고 그 최전선에서 AI는 새로운 형태의 억지력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CSIS의 워게임 시리즈는 2023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첫 번째 보고서 "다음 전쟁의 첫 번째 전투"는 중국의 대만 상륙 작전을 시뮬레이션했습니다. 24번의 게임 결과, 대부분의 시나리오에서 미국, 대만, 일본 연합군이 상륙을 막아냈습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참혹했습니다. 미 항공모함 2척이 침몰하고, 수백 대의 전투기가 격추되었습니다. 일본의 기지들은 미사일 공격으로 초토화되었습니다. 2024년 12월의 두 번째 보고서는 더 불편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핵무기가 사용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가. 15번의 시뮬레이션 결과, 세 번의 게임에서 핵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중국군이 패배 직전에 몰렸을 때, 체제 붕괴를 막기 위해 핵 사용을 결정한 경우였습니다.
연구진의 결론은 냉혹했습니다. "완전한 승리는 불가능합니다. 미국은 고강도 재래식 전쟁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적에게 명예로운 출구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핵 참사가 벌어집니다."
2025년 7월의 세 번째 보고서는 봉쇄 시나리오를 다뤘습니다. 26번의 게임 결과, 중국의 해상 봉쇄는 대만의 에너지 공급을 끊고 경제를 마비시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동맹국이 호송선단을 보내면, 대규모 해전이 불가피했습니다. 그 해전에서 승자는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이 시뮬레이션들이 보여주는 교훈은 하나입니다. 전통적인 군사력만으로는 억지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핵 억지력이 "확실한 파괴"의 공포에 기반했다면, 디지털 억지력은 다른 원리로 작동합니다. 그것은 "너의 계획은 이미 들켰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입니다.
AI가 대만 해협에서 억지력이 되는 방식은 여러 층위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조기 경보입니다. 중국이 대만 침공을 준비하려면 수개월간의 군 동원이 필요합니다. 탄약 비축량 증가, 병력 이동, 통신량 급증, 민간 선박의 군사 전용. 이 모든 징후는 데이터로 남습니다. 위성 사진, 통신 감청, 오픈소스 정보(OSINT)를 AI가 통합 분석하면, 침공 준비를 수주에서 수개월 전에 탐지할 수 있습니다.
팔란티어의 고담(Gotham) 시스템이 바로 이 역할을 합니다. 수천 개의 데이터 소스에서 쏟아지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융합하여 패턴을 찾아냅니다. "지난주 푸젠성의 미사일 기지에서 연료 반출량이 평소의 3배입니다." "동부전구사령부의 통신량이 지난달 대비 40% 증가했습니다." 이런 미세한 신호들이 모여 하나의 그림을 만듭니다. 미국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항공모함을 사전 배치하거나, 외교 채널을 통해 경고를 보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전장의 속도입니다. 현대전에서 킬체인(Kill Chain)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표적 탐지에서 타격까지의 시간이 분 단위로 줄어들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팔란티어의 시스템은 이 과정을 몇 시간에서 몇 분으로 단축했습니다. 대만 해협에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중국군의 상륙정이 해안에 접근하는 순간, AI가 위성 데이터를 분석하여 좌표를 전송하고, 대만군의 미사일이 발사됩니다.
미 국방부가 2025년 5월 팔란티어의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Maven Smart System) 계약 상한을 13억 달러로 증액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다섯 개 전투사령부에 배치되어 실시간으로 작전을 지원합니다. 태평양사령부, 유럽사령부, 중부사령부, 북부사령부, 수송사령부. 대만 위기가 발생하면, 태평양사령부의 지휘관은 이 시스템을 통해 전장 상황을 나노초 단위로 파악하게 됩니다.
세 번째는 대량의 자율 무기입니다. 미 국방부의 "레플리케이터(Replicator)" 구상은 수천 개의 저가 자율 드론을 배치하여 중국의 양적 우위에 대응하려는 시도입니다. 하지만 수천 개의 드론을 인간이 일일이 조종할 수는 없습니다. AI가 그 드론들의 두뇌가 되어야 합니다. 팔란티어의 AIP(Artificial Intelligence Platform)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군사 작전에 적용하여, 자율 무기 체계의 지휘통제를 가능하게 합니다.
국방부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도 2024년에 무인 체계, 정보·감시·정찰(ISR) 분석, 의사결정 지원, 사이버 작전, 정보전 등 다양한 군사 적용을 위해 AI에 투자했습니다. 군민융합은 그 투자의 공급선을 넓혀주고 있습니다. 양측 모두 AI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역설이 발생합니다.
AI가 억지력을 강화하는 방식은 동시에 위기의 속도를 올립니다. 양쪽 모두 "더 빠른 결심" 을 얻으면, 양쪽 모두 상대의 반응 시간을 줄여버립니다.
2025년 유엔 군사 AI 대화에서 참가자들이 지적한 위험이 바로 이것입니다. "AI 도구가 복잡한 정보를 해석하는 속도를 높이지만, 빠른 의사결정 주기는 인간의 숙고 시간을 줄이고 지휘관의 이해 능력을 약화시킵니다. 이것은 스트레스와 위기 상황에서 오류, 확전, 오산의 가능성을 높입니다."
2025년 8월, 시라큐스 대학에서 25명의 국제 전문가들이 모여 이례적인 워게임을 진행했습니다. 그들은 미국의 방어가 아니라 중국의 공격을 설계했습니다. 베이징의 전략적 사고방식에 들어가 보려는 시도였습니다. 결과는 불편했습니다. 미국 군사 계획의 기본 가정이었던 대규모 상륙작전과 미군 기지 선제 타격 시나리오가, 실제 베이징의 계산과 맞지 않을 수 있다는 통찰이었습니다. 일부 참가자는 중국이 10년 내에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고, 다른 참가자는 72세의 시진핑이 사망 전에 통일을 달성하려 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대만 정부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2024년 12월, 대만 총통실은 역사상 처음으로 테이블탑 워게임을 실시했습니다. 부총통 샤오비킴과 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우자오셰가 주도한 이 훈련은 중국과의 군사적 긴장 고조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 능력을 테스트했습니다. 민간에서도 움직임이 있습니다. 대만의 미조 게임즈(Mizo Games)는 "2045"라는 보드게임을 출시했습니다. 플레이어들이 군 지휘관, 비밀 요원, 민간 저항군이 되어 가상의 중국 침공에 맞서는 게임입니다. 크라우드펀딩으로 400만 대만달러(약 12만 달러)를 모았습니다.
억지력으로서의 AI는 결국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너의 공격은 성공하지 못한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려는 결심을 하는 순간, 그 결심이 틀렸다는 데이터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상륙정이 해안에 닿기 전에 몇 퍼센트가 격침될 것인지, 공중 우세를 확보하는 데 얼마나 걸릴 것인지, 병참선이 얼마나 오래 유지될 수 있는지. AI는 이 모든 계산을 적에게 들이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양날의 검입니다. 미 국방부 보고서는 중국이 생성형 AI를 정보 작전에 사용할 가능성을 경고합니다. 2024년 5월과 10월, 중국은 대만 주변 군사 훈련의 타이밍을 이용하여 공식 계정과 대만 시민을 사칭한 프록시 계정을 결합, 인민해방군의 능력을 과장하고 미일의 대만 방어 의지에 대한 허위 정보를 퍼뜨렸습니다. AI가 억지뿐만 아니라 기만의 도구로도 쓰일 수 있다는 증거입니다.
대만 해협에서 AI가 평화를 지키는 방패가 될지, 전쟁을 촉발하는 불씨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확실한 것은 이것뿐입니다. 그 바다 아래에서 보이지 않는 데이터의 전쟁이 이미 진행 중이라는 사실입니다.
나. 디지털 억지력(Digital Deterrence) 이론
(1) AI 군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 전쟁을 막는다
"평화를 원한다면, 적보다 더 똑똑한 소프트웨어를 가지십시오."
2024년 뮌헨 안보 회의에서 알렉스 카프가 한 말입니다. 그는 로마 전략가 베게티우스의 격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습니다. 원문은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Si vis pacem, para bellum)"였습니다. 카프의 버전에서 전쟁 준비는 탱크와 미사일이 아니라 알고리즘과 데이터입니다.
이것이 디지털 억지력 이론의 핵심 명제입니다. AI 군비 경쟁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면, 역설적으로 전쟁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논리입니다.
전통적인 핵 억지력은 "상호확증파괴(MAD)"에 기반했습니다. 네가 나를 공격하면, 나도 너를 파괴한다. 양쪽 모두 파멸하기 때문에, 아무도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 이 논리는 70년 동안 핵전쟁을 막아왔습니다. 하지만 AI 시대의 억지력은 다른 원리로 작동합니다. 디지털 억지력은 "정보의 비대칭"에 기반합니다. 한쪽이 상대방의 모든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그 의도를 예측하며, 최적의 대응을 즉각 실행할 수 있다면, 상대방은 공격을 시도조차 하지 않습니다. 승리의 가능성이 0%에 수렴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 논리를 뒷받침하는 사례가 우크라이나 전쟁입니다. 러시아는 수천 대의 탱크와 압도적인 포병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되자, 그 거대한 기갑부대는 우크라이나군의 드론과 정밀 타격 앞에서 크고 비싼 표적에 불과했습니다. 팔란티어의 시스템은 러시아군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그 정보를 우크라이나 포병대에 전송했습니다. 결과는 우리가 목격한 그대로입니다.
미 국방부는 이 교훈을 받아들였습니다. 2025년 8월, 미 육군은 팔란티어와 100억 달러 규모의 기업 서비스 협약(ESA)을 체결했습니다. 75개의 개별 소프트웨어 계약을 하나로 통합한 것입니다. 육군 계약사령부의 다니엘 모이어 국장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일괄 구매가 아니라 아라카르트 메뉴와 같습니다. 필요한 소프트웨어만 골라서 살 수 있습니다." 이것은 소프트웨어가 국방의 핵심 자산이 되었다는 선언입니다.
같은 해 5월, 국방부는 팔란티어의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 계약 상한을 13억 달러로 증액했습니다.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전투사령부들이 각자의 전구에서 동적 작전과 활동을 지휘통제하기 위해 MSS 사용을 늘렸기" 때문입니다. 태평양, 유럽, 중동의 군 지휘관들이 AI 기반 시스템에 의존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NATO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2025년 8월, NATO 합동전투훈련센터(JWC)는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 NATO를 통합했습니다. 100명 이상의 참가자가 훈련에 참여했습니다. JWC 사령관 루프레히트 폰 부틀러 소장은 말했습니다. "우리의 전투원들은 기술 혁신으로 점철된 더 빠르고, 민첩하고, 현실적인 훈련 환경을 요구합니다." MSS NATO는 NATO의 첫 번째 AI 기반 전투 지휘통제 시스템으로, 연합사령부(ACO) 전체에 배치됩니다.
이 모든 움직임의 논리는 하나입니다. AI에서 앞서면, 적이 감히 도발하지 못한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은 AI 발전 속도의 기울기가 너무 가파르기 때문에, 선두 주자가 6개월만 앞서도 영구적 격차가 발생한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민주주의 진영이 AI 개발 경쟁에서 승리하면, 경제적, 군사적 패권을 영구화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중국이 먼저 도달하면, 디지털 전체주의가 전 세계로 확장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논리에는 위험한 함정이 있습니다.
첫째, AI 우위가 양쪽 모두에게 불투명하면, 상대는 더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2024년 RAND 보고서는 AI 군사 시스템이 인간의 판단 없이 의도치 않은 충돌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AI가 제공하는 것은 예언이 아니라 계산입니다. 그 계산이 틀리면, 재앙이 됩니다.
둘째, AI 군비 경쟁이 가속화될수록 의사결정의 속도는 인간의 인지 능력을 넘어섭니다. 적의 미사일이 발사되었는지 판단하고 요격 명령을 내리는 시간이 수 초 이내로 줄어들면, 결국 인간은 AI에게 방아쇠를 당길 권한을 위임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것은 "플래시 워(Flash War)"의 위험성을 낳습니다. 주식 시장에서 알고리즘끼리 충돌하여 순식간에 폭락이 일어나는 "플래시 크래시"처럼, 우발적인 데이터 오류가 원치 않는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셋째, AI 기술은 확산이 빠릅니다. 2024년 11월, 로이터는 중국의 군 관련 연구자들이 오픈소스 라마(Llama) 모델을 바탕으로 군사용 도구를 개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오픈소스 생태계는 억지의 독점을 어렵게 만듭니다. 한쪽이 기술을 잠그면, 다른 쪽은 다른 문으로 들어옵니다.
2025년 유엔 군사 AI 대화에서 참가자들은 이 딜레마를 지적했습니다. "군비 경쟁의 역학은 추가적인 위험 요인입니다. 전략적 경쟁에 대한 인식과 적보다 우위를 점하려는 심리적 믿음이 역량을 신속히 배치하라는 압력을 만들어내며, 이것은 보증, 테스트, 거버넌스 과정을 앞지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억지력의 지지자들은 대안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중국이 AI 역량을 강화하는 동안 서구가 손을 놓고 있으면, 힘의 균형이 무너집니다. 균형이 무너지면, 오판이 발생합니다. 오판이 전쟁을 부릅니다. 따라서 "책임감 있는 가속(Responsible Acceleration)" 이 유일한 길입니다. AI의 위험성을 우려하여 개발을 늦추는 것은, 규제를 따르지 않는 적들에게 주도권을 넘겨주는 "일방적 무장해제"라는 것입니다.
알렉스 카프는 말합니다. "우리의 기술이 때로는 사람을 죽이는 데 사용됩니다." 불편한 진실입니다. 하지만 그의 논리에 따르면, 그 죽음의 가능성이 역설적으로 더 큰 죽음, 즉 전쟁을 막고 있습니다. 디지털 억지력의 냉혹한 결론입니다.
(2) 소프트웨어가 결정하는 국방력의 미래
2024년 3월, 미 육군은 팔란티어에 1억 7,84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수여했습니다. TITAN(전술정보표적접근노드)이라 불리는 차세대 표적 시스템을 개발하는 계약이었습니다. 이 시스템은 고고도 및 우주 센서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지상 부대에 연결하여, 가시선 너머의 표적 타격을 지원합니다. 팔란티어의 방위 솔루션 수석부사장 브라이언트 청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TITAN은 크게 능력을 향상시키지만, 소프트웨어와 AI가 복잡성을 줄이기를 원합니다."
이 문장에 미래 국방력의 본질이 담겨 있습니다. 하드웨어가 능력을 제공하지만, 소프트웨어가 그 능력을 현실로 바꿉니다.
과거의 군비 경쟁은 누가 더 많은 탱크와 전투기를 보유하느냐의 숫자 싸움이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소련은 T-34 탱크 8만 대를 생산하여 독일의 기갑부대를 압도했습니다. 냉전 시대에 미소 양국은 핵탄두 수만 개를 비축하며 공포의 균형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21세기의 전쟁터에서 그 방정식은 무너졌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준 교훈은 명확합니다. 러시아의 거대한 기갑 부대는 저가 드론과 정밀 유도 무기 앞에서 무력했습니다. 1억 달러짜리 전투기가 5천 달러짜리 드론 떼에 의해 제압될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팔란티어의 CTO 샴 산카는 이를 두고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의 액세서리가 되었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변화는 국방 산업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록히드 마틴, 보잉, 레이시온 같은 거대 제조사가 방산의 주인이었습니다. 그들은 수십 년에 걸쳐 항공모함과 전투기를 만들었고, 정부는 그 비용을 지불했습니다. "코스트 플러스(Cost-Plus)" 계약이라 불리는 관행이었습니다. 제조사가 비용을 청구하면, 정부가 일정 마진을 더해 지불합니다. 비용이 초과되어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정부가 추가 비용을 부담합니다.
하지만 이제 코드를 짜는 엔지니어들이 국방의 중심에 섰습니다. 팔란티어는 2016년 미 육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했습니다. 상용 소프트웨어가 국방 조달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그 이후 팔란티어, 앤두릴, 스페이스X 같은 "방산 테크" 기업들이 전통적인 방산 기업들의 영역을 잠식하기 시작했습니다.
2025년 8월의 100억 달러 계약은 이 변화의 정점입니다. 미 육군은 75개의 개별 소프트웨어 계약을 하나로 통합했습니다. 60개 계약에서 팔란티어는 하청업체였지만, 이제 원청이 되었습니다. 계약사령부의 다니엘 모이어 국장은 말했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거대한 이니셔티브입니다. 팔란티어 계약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닙니다. 육군 전체에서 같은 상용 소프트웨어를 몇 번이나 구매했는지 살펴보고, 그것을 하나로 묶어 최대 할인을 받는 것이 합리적인지 검토했습니다."
소프트웨어 중심 국방의 장점은 여러 가지입니다. 첫째, 업그레이드 속도입니다.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하려면 공장에 입고시켜 부품을 교체해야 합니다. 몇 달, 몇 년이 걸립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원격으로 패치를 배포할 수 있습니다. 테슬라가 자동차를 업데이트하듯이, 탱크와 미사일도 밤새 더 똑똑해집니다. 둘째, 상호운용성입니다. JADC2(합동전영역지휘통제)는 육해공우주사이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겠다는 구상입니다. 팔란티어의 소프트웨어는 이 네트워크의 운영체제 역할을 합니다. 서로 다른 무기 체계가 같은 데이터를 공유하고, 같은 언어로 소통합니다. 동맹국 간 상호운용성도 마찬가지입니다. NATO가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셋째, 비용 효율성입니다. 전통적인 방산 프로그램은 비용 초과와 일정 지연으로 악명 높습니다. F-35 전투기 프로그램은 1조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기반 시스템은 더 빠르고 저렴하게 개발될 수 있습니다. 팔란티어의 TITAN 프로토타입은 수개월 만에 납품되었습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가 국방력을 결정할수록, 새로운 취약성도 등장합니다. 사이버 공격입니다. 코드와 모델과 데이터가 해킹되거나 조작되면, 물리적 장비 자체가 무력화됩니다. 2025년 1월, 미 사이버보안 및 인프라 보안국(CISA),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국방부 연구개발차관실(OUSD R&E), 국가안보국(NSA)은 공동 보고서에서 "소프트웨어 이해 격차(software understanding gap)"를 지적했습니다. AI 시스템이 너무 복잡해서 인간이 그 작동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해하지 못하면, 취약점도 발견하지 못합니다.
또 다른 위험은 의존성입니다. 특정 국가나 기업의 독점적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기술적, 정치적 종속이 심화됩니다. 디지털 주권의 문제입니다. 유럽이 팔란티어에 대해 경계심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흐름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2025년 12월, 미 해군 장관 존 펠란과 팔란티어 CEO 알렉스 카프는 "ShipOS"를 공개했습니다. 함정 운영을 위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입니다. 같은 해, NATO는 최대 규모의 연합 훈련 "스테드패스트 듀얼 2025"에서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을 처음으로 실전 테스트했습니다. 훈련 기획자들은 말했습니다. "메이븐은 교차 도메인 데이터 소스의 통합을 강화하고, 의사결정 능력을 높이며, 디지털 전환을 추진할 것입니다. 우리는 더 나아지고 더 빨라질 것입니다."
국방력의 미래는 더 이상 "누가 더 큰 함정을 가졌느냐"로 측정되지 않습니다. "누가 더 빠른 OODA 루프(관측-판단-결심-행동)를 돌릴 수 있느냐", "누가 더 정교한 알고리즘으로 전장의 안개를 걷어낼 수 있느냐"로 측정됩니다. 소프트웨어가 결정하는 국방력의 미래에서, 코드는 무기이고, 데이터는 탄약입니다.
팍스 테크니카(Pax Technica)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로마의 평화가 로마 가도의 기동력에서 나왔고, 영국의 평화가 해군의 지배력에서 나왔다면, 기술의 평화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우위에서 나옵니다. 팔란티어는 그 평화를 지키는 파수꾼을 자처합니다. 그들의 논리는 명확합니다. 서구 민주주의 진영이 AI라는 가장 강력한 창과 방패를 확보해야만, 권위주의 국가들의 도발을 억제하고 세계의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불편한 진실인지, 필요한 현실인지는 독자가 판단할 몫입니다. 확실한 것은 하나입니다. 21세기의 힘은 실리콘 웨이퍼 위에 새겨진 코드에서 나온다는 사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