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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15장 신경권(Neurorights)과 법적 규제 프레임워크
15장 신경권(Neurorights)과 법적 규제 프레임워크
가. 신경권 개념의 등장: 2017년 EPFL 이엔카 교수의 제안
2017년 어느 늦은 밤, 스위스 로잔 연방 공과대학교(EPFL) 캠퍼스의 생명윤리 연구실에는 불이 꺼지지 않았습니다. 서른다섯 살의 생명윤리학자 마르첼로 이엔카(Marcello Ienca)는 두개의 문서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하나는 최신 신경기술 학술지였고, 다른 하나는 1948년에 작성된 세계인권선언문이었습니다. 7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이 그를 불안하게 했습니다. 1948년의 인류는 뇌를 읽는 기계를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이 보호하려 했던 것은 고문, 감금, 검열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기술은 물리적 강제 없이도 인간의 가장 은 밀한 영역에 침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엔카는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누군가가 나의 생각을 훔쳐 읽을 때, 그것은 무엇을 침해하는 것인가.
이엔카는 취리히 대학교의 인권 변호사 로베르토 안도르노(Roberto Andorno)와 함께 이 질문에 답하려 했습니다. 그들은 수개월에 걸쳐 기존의 국제인권법 체계를 분석했습니다. 결론은 명확했습니다. 현행 인권 프레임워크에는 구멍이 있었습니다. 신체의 자유는 보장되어 있었지만, 정신의 자유는 암묵적으로만 전제되어 있었습니다. 사생활의 보호는 명시되어 있었지만, 뇌 속의 생각까지 보호하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이엔카와 안도르노는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새로운 권리의 언어를 제안했습니다. 그들은 이것을 신경권(Neurorights) 이라 불렀습니다.
2017년 4월, 두 사람은 『생명과학, 사회 및 정책(Life Sciences, Society and Policy)』 저널에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제목은 "신경과학과 신경기술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인권을 향하여" 였습니다. 이 논문에서 그들은 네 가지 신경권을 제안했습니다. 첫째는 인지적 자유(Cognitive Liberty)입니다. 이것은 개인이 자신의 정신적 과정을 스스로 통제할 권리를 말합니다. 뇌를 향상시키는 기술을 사용할지 말지를 본인이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동시에 누군가가 강제로 내 뇌에 개입하는 것을 거부할 권리도 포함됩니다. 이엔카는 이렇게 썼습니다. "인지적 자유는 모든 다른 자유의 전제 조건입니다. 생각할 자유가 없다면 말할 자유도 의 미가 없습니다."
둘째는 정신적 프라이버시(Mental Privacy)입니다. 우리는 이미 통화 기록이나 이메일이 유출되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뇌파 데이터는 그보다 훨씬 더 민감합니다. 신경데이터 안에는 언어로 정제되기 전의 날것의 감정, 무의식적인 욕망, 내가 누구를 사랑하고 누구를 두려워하는지가 담겨 있을 수 있습니다. 이엔카는 이런 정보가 동의 없이 수집되거나 거래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셋째는 정신적 무결성(Mental Integrity)입니다. 이는 외부의 해킹이나 조작으로부터 자신의 뇌 상태를 온전히 지킬 권리를 의미합니다. 만약 해커가 뇌 임플란트에 침입하여 파킨슨병
환자의 운동 신호를 교란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혹은 감정 조절 장치를 해킹하여 강제로 분노나 공포를 느끼게 한다면 그것은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요. 이엔카는 이것을 신체적 폭력과 동등하거나 그보다 더 심각한 침해로 보았습니다.
넷째는 심리적 연속성(Psychological Continuity)입니다. 이는 시간이 흘러도 나는 여전히 나라는 정체성을 유지할 권리입니다. 딥러닝 알고리즘이 뇌의 의사결정에 개입하기 시작하면, 사용자는 혼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방금 내린 이 결정은 내가 한 것인가, 아니면 기계가 유도한것인가. 기억을 편집하거나 성격을 변화시키는 기술이 등장한다면, 인간은 자아의 연속성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이엔카와 안도르노의 논문은 학계에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같은 해, 콜럼비아 대학교의 신경생물학자 라파엘 유스테(Rafael Yuste)가 이끄는 모닝사이드 그룹(Morningside Group)도 『네이처(Nature)』에 유사한 제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들은 정신적 프라이버시, 개인 정체성, 자유 의지, 인지 증강에 대한 공정한 접근, 알고리즘 편향으로부터의 보호라는 다섯 가지 권리를 주장했습니다. 유스테는 이 권리들을 유엔 세계인권선언에 추가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 제안을 시기상조라고 생각했습니다. 2017년에 뉴럴링크는 설립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 기업이었습니다. 대부분의 BCI 연구는 실험실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후, 돼지와 원숭이의 뇌에 칩이 이식되었고, 인간이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조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엔카의 통찰은 예언이 되었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동차가 발명된 후에야 교통법규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뇌 기술만큼은 다릅니다. 기술이 인간을 덮치기 전에 미리 가드레일을 세워야 합니다."
2021년, 이엔카는 유럽 평의회 생명윤리위원회의 자문 위원으로 위촉되어 신경기술과 인권에 관한 공식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그의 연구실에서 시작된 작은 불씨는 칠레의 헌법을 바꾸고, 미국의 주법에 영향을 미치며, 유네스코의 글로벌 의제가 되었습니다. 신경권은 더이상 추상적인 철학 개념이 아닙니다. 그것은 뇌와 컴퓨터가 연결되는 시대에 인류가 스스로 를 지키기 위해 세운 새로운 언어입니다.
나. 칠레 헌법 개정(2021)과 신경권리법: 세계 최초 입법 사례
2019년 늦가을,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열린 퓨처 콩그레스(Future Congress) 행사장. 청중석 앞쪽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습니다.
기도 지라르디(Guido Girardi), 칠레 상원의원이자 의사 출신의 정치인이었습니다. 연단에는 뉴욕에서 온 신경과학자가 서 있었습니다. 라파엘 유스테(Rafael Yuste), 콜럼비아 대학교 교수이자 뇌 과학의 세계적 권위자였습니다. 유스테는 스크린에 쥐의 뇌 영상을 띄웠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이 쥐가 보지 않은 것을 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뇌에 직접 신호를 주입해서요."
지라르디는 의자에서 몸을 앞으로 숙였습니다. 유스테는 계속했습니다. "이 기술은 조만간인간에게도 적용될 것입니다. 문제는 규제가 없다는 점입니다. 지금 이대로라면, 기업들이 여러분의 뇌 데이터를 마음대로 수집하고 거래하는 세상이 올 것입니다." 강연이 끝나자 지라르디는 유스테에게 다가갔습니다. 두 사람은 몇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날 밤, 그들은 결심했습니다. 칠레가 먼저 움직이자. 기술 강국 미국도, 규제 선도국 유럽도 하지 않은 일을 남미의 이 작은 나라가 하자.
2021년 10월, 칠레 의회는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헌법 제19조를 개정하여 정신적 무결성(Mental Integrity)을 기본적 인권으로 명시한 것입니다. 개정 조항은 이렇게 선언합니다. "과 학 및 기술 발전은 인간의 삶과 신체적, 정신적 완전성을 존중하며 인간에게 봉사해야 한다. 법률은 뇌 활동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정보를 보호해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었습니다. 칠레는 헌법 개정에 이어 구체적인 신경권리법(Neuroprotection Bill)을 제정하여 이 를 뒷받침했습니다.
지라르디 의원은 법안 통과 직후 기자회견에서 말했습니다. "뇌 데이터는 장기와 같은 지위를 가져야 합니다. 사고팔 수 없고, 거래할 수 없으며, 본인의 명시적 동의 없이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말입니다." 칠레의 이 법안은 신경 데이터를 의료적, 과학적, 이타적 목적으로만 기증할 수 있도록 제한했습니다. 상업적 목적의 뇌 데이터 거래는 원천적으로 금지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법안이 초당적 지지를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당시 칠레는 극심한 사회 갈등으로 정치적 분열이 깊었습니다. 하지만 신경권 문제 앞에서는 좌파와 우파의 구분이 없었습니다. 인간의 마음이 기계에 종속될 수 있다는 공포는 이념을 초월했습니다. 유스테 교수는 칠레 의회에서 증언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기술은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인류의 희망입니다. 우리는 연구를 막으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 기술이 인간의 영혼을 건드리지 않도록 안전벨트를 매려는 것입니다."
칠레의 헌법 개정이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준 사건이 2023년에 터졌습니다. 지라르디 전 의원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이모티브(Emotiv)라는 기업의 뇌파 측정 헤드셋 인사이트(Insight)를 구매했습니다. 이 무선 기기는 머리띠 형태로, 사용자의 뇌 전기 활동을 측정하여 집중도, 스트레스, 감정 상태를 분석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지라르디가 자신의 뇌 데이터를 자유롭게 열람하거나 삭제할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모티브는 유료 구독을 하지 않는 사용자에게 원본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았고,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하여 연구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지라르디는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그는 이모티브가 자신의 동의 없이 뇌 데이터를 연구에 사용한 것이 헌법이 보장한 정신적 프라이버시와 무결성을 침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2023년 8월 9일, 칠레 대법원은 만장일치로 지라르디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법원은 이모티브에게 지라르디의 모든 뇌 데이터를 삭제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또한 칠레 보건 당국에 해당 기기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지시했습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신경 데이터는 익명화되었다 하더라도, 기술 발전에 따라 언제든 재식별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한 약관 동의로는 부족하며, 각각의 사용 목적에 대해 명시적이고 구체적인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 이 판결은 세계 최초의 신경권 관련 사법 판단이었습니다. 이모티브는 칠레 시장에서의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이 판결의 파급력은 칠레를 넘어섰습니다. 멕시코에서는 두 개의 신경권 헌법 개정안이 발의 되었습니다. 브라질에서는 일반 데이터 보호법(LGPD)에 신경 데이터를 민감 정보로 추가하는 법안이 상정되었습니다. 우루과이 의회는 칠레 의원들과의 교류를 통해 유사한 입법을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에는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의회(Parlatino)가 신경권 모델법을 기초했습니다. 안데스 산맥 기슭의 작은 나라가 쏘아 올린 신호탄은 대륙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었습니다.
칠레의 사례는 기술 발전 속도가 법의 속도를 압도하는 시대에 예외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보통 법은 기술이 문제를 일으킨 뒤에야 뒤늦게 수습하러 나섭니다. 하지만 칠레는 뉴럴링크가 인간 임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일반 소비자들이 뇌파 헤드셋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기도 전에 예방적 입법을 단행했습니다. 지라르디 의원의 말을 빌리자면, "미래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보호하여 미래를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다. 미국 콜로라도·캘리포니아 주의 신경 데이터 보호법
2024년 4월의 어느 오후, 콜로라도 주 의사당 본회의장. 전광판에 투표 결과가 떴습니다. 61 대 1. 법안 HB24-1058이 하원을 통과한 순간이었습니다. 의원들은 서로 악수를 나누었습니다. 좌파와 우파의 구분이 없었습니다. 이 법안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신경 데이터를 법적 보호 대상으로 명시한 주법이었습니다. 며칠 후 재러드 폴리스(Jared Polis) 주지사가 서명했습니다. 콜로라도는 뇌파가 법의 언어로 기록된 최초의 미국 주가 되었습니다.
이 법안이 등장한 배경에는 기묘한 규제 공백이 있었습니다. 미국에는 의료 정보를 보호하는 강력한 연방법 HIPPA가 있습니다. 뉴럴링크처럼 FDA 승인을 받은 의료기기가 수집하는 뇌 데이터는 이 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병원 밖에 있었습니다. 아마존에서 수십만 원에 살 수 있는 뇌파 헤드셋,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명상 앱, 수면 패턴을 분석하는 이어버드. 이것들은 의료기기가 아니라 웰니스 기기나 가전제품으로 분류됩니다. 힙파의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신경권 재단(Neurorights Foundation)의 연구진이 이 틈새를 조사했습니다. 그들은 시중에 판매되는 30개의 소비자용 BCI 기기와 명상 앱의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분석했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대부분의 기업이 사용자의 뇌 데이터를 제3자와 공유할 수 있는 조항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용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삭제할 권리조차 명시되지 않은 경우도 많았습니다. 당신이 명상 앱으로 측정한 스트레스 지수가 보험사나 광고 회사로 팔려나갈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콜로라도의 HB24-1058은 이 문제에 정면으로 대응했습니다. 이 법은 콜로라도 프라이버시법(CPA)을 개정하여 민감 데이터의 정의에 생물학적 데이터(Biological Data)를 추가했습니다. 그리고 생물학적 데이터의 하위 범주로 신경 데이터(Neural Data)를 명시했습니다. 법률은 신경 데이터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개인의 중추 또는 말초 신경계 활동을 측정하여 생성된 정보로서, 기기의 도움을 받아 처리될 수 있는 정보." 이제 콜로라도에서 기업이 소비자의 뇌 데이터를 수집하려면 명시적이고 구체적인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소비자는 자신의 신경데이터에 접근하고, 수정하고, 삭제할 권리를 보장받습니다.
5개월 후, 태평양 연안에서도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2024년 9월 28일,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Gavin Newsom)이 상원 법안 SB 1223에 서명했습니다. 이 법안은 캘리포니아 소비자프라이버시법(CCPA)을 개정하여 신경 데이터를 민감한 개인 정보로 분류했습니다. 캘리포니아는 뉴럴링크, 메타, 애플 같은 거대 테크 기업들의 본거지입니다. 이곳에서의 규제는 곧전 세계 기술 표준에 영향을 미칩니다.
캘리포니아 법은 신경 데이터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소비자의 중추 또는 말초 신경계 활동을 측정하여 생성된 정보로서, 비신경 정보로부터 추론된 것은 제외한다." 마지막 단서가 중요합니다. 심박수나 눈동자 움직임 같은 간접 지표를 통해 뇌 상태를 유추하는 기술은 이 법의 적용 대상이 아닐 수 있다는 해석의 여지를 남겼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것이 규제의 구멍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법안 통과를 주도한 조시 베커(Josh Becker) 캘리포니아 주 상원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말했습니다. "우리의 생각과 감정은 우리 자신의 것이어야 합니다. 데이터 브로커의 상품이 되어서 는 안 됩니다." 신경권 재단은 이 법안의 통과를 "소비자의 정신적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한 중대한 승리"라고 평가했습니다.
두 주의 입법에는 공통된 철학이 있습니다. 뇌 데이터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는 인식입니다. 우리의 뇌파는 건강 상태만 드러내는 것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자극, 인지 능력의 미세한 변화, 감정의 기복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게임 회사가 VR 헤드셋으로 사용자의 뇌파를 수집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들은 사용자가 언제 가장 흥분하고 언제 지루해하는지를 분석하여 게임의 중독성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정치 광고를 볼때의 뇌 반응을 분석하면 유권자의 성향을 프로파일링할 수도 있습니다.
콜로라도와 캘리포니아의 법안은 이런 신경 감시 자본주의(Neuro-surveillance Capitalism)의 싹을 자르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물론 기술 기업들은 반발했습니다. 과도한 규제가 혁신을 저해하고 유용한 웰니스 서비스 개발을 막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입법자들은 단호했습니다. 스마트폰의 위치 정보가 유출되는 것은 불쾌한 일입니다. 하지만 내 머릿속 생각이 유출되는 것은 존재의 위협입니다.
이 두 주의 움직임은 연방 차원의 논의를 촉발하고 있습니다. 미네소타와 몬태나 같은 다른주들도 유사한 법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2025년 현재, 뇌 데이터가 신용카드 번호나 지문처럼 엄격하게 보호받아야 할 정보라는 인식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라. 유럽 평의회와 유네스코의 국제 규제 논의
2025년 11월 12일, 파리 유네스코 본부. 194개 회원국 대표들이 총회장에 모여 있었습니다. 의장이 말했습니다. "신경기술 윤리에 관한 권고안 채택에 찬성하시는 분은 손을 들어주십시오." 손들이 올라갔습니다. 만장일치였습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뇌와 기계의 관계를 규율하는 글로벌 윤리 프레임워크가 탄생한 순간이었습니다. 방청석에서 한 남자가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라파엘 유스테. 8년 전 모닝사이드 그룹의 제안에서 시작된 여정이 마침내 국제 규범으로 결실을 맺은 것이었습니다.
유네스코의 신경기술 윤리 권고안(Recommendation on the Ethics of Neurotechnology)은 3년에 걸친 치열한 논의의 결과물입니다. 2023년 11월, 유네스코 총회는 이 권고안의 작성을 의결했습니다. 오드레 아줄레(Audrey Azoulay)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24명의 다학제 전문가로 구성된 특별 작업반(Ad Hoc Expert Group)을 구성했습니다. 지역과 성별의 균형을 고려한 인선이었습니다. MIT 미디어랩의 나탈리야 코스미나(Nataliya Kosmyna) 연구원도 이 그룹에 포함되었습니다.
전문가 그룹은 2024년 4월과 8월 두 차례 파리에서 회의를 열어 초안을 작성했습니다. 2024 년 9월, 초안이 회원국들에 배포되어 의견 수렴이 시작되었습니다. 2025년 5월, 정부간 전문가 회의가 열려 최종안을 검토했습니다. 그리고 11월 총회에서 채택되었습니다. 이 권고안은 100개 이상의 세부 권고 사항을 담고 있습니다.
권고안의 핵심은 몇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정신적 프라이버시의 보호입니다. 신경 데이터는 그 어떤 개인 정보보다 민감하게 다루어져야 합니다.
둘째, 투명성과 동의입니다. 신경 기술을 사용할 때는 사용자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어야하고, 명시적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셋째, 아동과 취약 계층에 대한 보호입니다. 인지 능력이 발달 중인 아동이나 판단 능력이 저하된 환자에게는 더 강화된 보호가 필요합니다.
넷째, 임상 환경 밖에서의 사용에 대한 규제입니다. 소비자용 뇌파 기기나 게임용 BCI처럼 의 료 목적이 아닌 신경 기술에 대해서도 윤리적 가이드라인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가브리엘라 라모스(Gabriela Ramos) 유네스코 사회인문과학 사무보는 채택 직후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우리는 뇌 데이터가 상품화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신경 기술은 인류 전체의 이 익을 위해 사용되어야 하며, 소수의 특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 권고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습니다. 하지만 194개 회원국이 국내법을 제정할 때 참조해야 할 도덕적 기준을 세웠습니다. 유전자 복제 기술에 대해 국제 사회가 금지선을 설정했듯이, 뇌 기술에 대해서도 해서는 안 될 일의 목록을 만든 것입니다.
유럽 평의회(Council of Europe)도 별도의 경로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46개 회원국을 거느린이 기구는 1997년 오비에도 협약을 통해 인간의 존엄과 생의학의 관계를 규율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신경 기술이 기존 인권 조약, 특히 유럽인권협약(ECHR)에 미치는 영향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마르첼로 이엔카는 유럽 평의회 생명윤리위원회(DH-BIO)의 자문 위원으로서 신경 기술과 인권에 관한 공식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유럽 평의회 내부에서는 흥미로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존 인권을 넓게 해석하면 신경 기술의 위험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사생활의 권리나사상의 자유 같은 조항을 뇌 데이터 맥락에 적용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뇌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은 기존 법리로 포섭하기 어려운 새로운 차원의 문제라고 맞섭니다. 명시적인 신경권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OECD도 2019년 '신경 기술의 책임 있는 혁신에 관한 권고'를 채택했습니다. 이 권고는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안전과 윤리를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2024년에는 이 권고 의 이행을 돕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 툴킷을 발표했습니다.
국제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은 험난합니다. 기술 선도국인 미국과 중국, 그리고 규제를 강조하는 유럽 사이의 입장 차이가 뚜렷합니다. 중국은 차이나 브레인 프로젝트를 통해 국가 주도로 BCI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교육이나 국방 분야에 적용하는 데 적극적입니다. 미국은 민간 기업의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의 규제를 원합니다. 유럽은 프라이버시와 인권을 최우선으로 둡니다.
하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동의하는 바는 하나입니다. 인간의 뇌는 인간성의 마지막 보루라는 것입니다. 기술이 뇌의 비밀을 하나씩 풀어나갈 때마다, 우리는 역설적으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파리와 제네바의 회의실에서 오가는 문서들은, 훗날뇌와 컴퓨터가 완전히 결합된 시대에 인류가 여전히 존엄한 존재로 남을 수 있게 하는 안전장치입니다. 느린 발걸음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국제 규범이 걸어가는 방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