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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9장 ACE 프로그램과 X-62A VISTA: 시뮬레이션에서 실제 하늘로
9장 ACE 프로그램과 X-62A VISTA: 시뮬레이션에서 실제 하늘로
2020년 8월의 어느 날, 전 세계 항공 전문가들은 컴퓨터 화면 앞에서 숨을 죽이고 있었습니다. 헤론 시스템즈의 인공지능이 인간 베테랑 조종사를 5대 0으로 완파하는 장면을 지켜보면서였습니다.
그러나 에드워즈 공군기지의 시험비행 조종사들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건 비디오 게임이야." 그들의 냉소는 타당한 것이었습니다.
시뮬레이터 속의 하늘은 언제나 깨끗합니다. 바람은 수학 공식대로 불고, 센서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통신 링크는 끊어지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해도 리셋 버튼을누르면 그만이라는 점입니다. 그곳에서 AI는 완벽한 정보를 바탕으로 싸웁니다. 적기의 위치, 속도, 방향을 1밀리초 단위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전장은 다릅니다. 센서에는 눈처럼 노이즈가 쏟아지고, 통신은 적의 전자전에 끊기며, 대기는 기체를 흔들어댑니다. 가상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중력 가속도가 조종사의 목을 짓누르고, 추락은 게임 오버가 아니라 죽음을 의미합니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 흔히 DARPA라고 불리는 이 조직은 바로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움직였습니다.
2019년 시작된 ACE 프로그램, 풀 네임으로는 공중전 진화(Air Combat Evolution) 프로그램이 그것입니다.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단순히 AI가 비행기를 조종하는 것을 넘어섰습니다. 인간 조종사가 AI를 신뢰하고, 함께 팀을 이루어 싸울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DARPA는 공중전을 "도전 문제"로 삼았습니다. 속도와 불확실성이 극한에 달하는 공중전에서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면, 다른 영역은 더 쉽게 풀릴 것이라는 계산이었습니다.
ACE 프로그램은 세 단계로 구성되었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18개월 동안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핵심 역량을 검증하고 개발하는 것이었습니다. 알파독파이트 트라이얼은 이 단계의 일부였습니다.
두 번째 단계는 16개월 동안 무인항공기 비행 시험을 수행하며 알고리즘을 소형 무인기로 전환하는 것이었습니다.
세 번째 단계는 실제 전투기 규모의 항공기에서 시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계획의 핵심에 한 대의 독특한 전투기가 있었습니다. X-62A VISTA입니다.
VISTA는 Variable In-flight Simulator Test Aircraft의 약자입니다. 번역하면 가변 비행 시뮬레이터 시험 항공기 정도가 됩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F-16D 복좌형 전투기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 기체의 내부는 완전히 다른 세계입니다.
록히드 마틴의 스컹크 웍스와 칼스팬이 협력하여 만든 이 괴짜 비행기는, 소프트웨어 설정을바꾸는 것만으로 F-16이 아닌 다른 항공기의 비행 특성을 흉내 낼 수 있습니다. F-35의 조종느낌을 원하면 그렇게 설정하고, MQ-9 드론의 움직임을 재현하고 싶으면 또 그렇게 바꿉니다. 마치 카멜레온이 주변 환경에 따라 색을 바꾸듯이, VISTA는 하늘 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변환할 수 있었습니다.
에드워즈 공군기지의 미 공군 시험조종사학교가 보유한 이 유일무이한 기체에, DARPA는 SACS 라는 시스템을 장착했습니다. System for Autonomous Control of Simulation, 자율 제어 시뮬레이션 시스템입니다.
이것은 AI 에이전트가 기체의 비행 제어 컴퓨터에 직접 접속해 조종면과 엔진 출력을 제어할수 있게 해주는 인터페이스였습니다. 에일러론, 러더, 엘리베이터라 불리는 날개와 꼬리의 조종면들, 그리고 제트 엔진의 추력까지 AI가 직접 다룰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물론 안전장치도 필요했습니다. 갓 태어난 AI에게 수백억 원짜리 전투기의 조종간을 덜컥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AI가 버그를 일으켜 지상으로 곤두박질치거나, 기체가 견딜 수있는 한계 이상으로 기동하려 들 수도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 뒷좌석에는 인간 안전 조종사가 탑승했습니다. AI가 위험한 기동을 하거나 통제를벗어나려 하면, 이 조종사가 즉시 개입해 조종 권한을 회수할 수 있었습니다. 비행 제어 컴퓨터에는 안전 엔벨로프라는 것이 설정되어, AI가 9G 이상의 무리한 기동을 하거나 지면으로 돌진하려 할 때 이를 소프트웨어적으로 차단했습니다.
2022년 12월, 캘리포니아 에드워즈 공군기지 상공에서 역사적인 비행이 시작되었습니다. 12 월 1일부터 16일까지, X-62A는 AI 에이전트가 조종하는 12회의 비행을 수행했습니다. 총 17시간 이상을 하늘에서 보냈습니다. 시뮬레이터 속에서 수천만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학습했던
그 코드 덩어리들이, 실제 제트 엔진의 추력을 통제하고 양력을 다루며 물리적인 하늘을 날기시작한 것입니다.
이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닙니다.
시뮬레이션에서는 완벽했던 AI가 실제 하늘의 난기류를 만나자 미세하게 떨거나, 센서 데이터의 지연 때문에 반응이 늦어지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어떤 날은 AI가 너무 소극적이어서 문제였고, 어떤 날은 기체가 견딜 수 있는 한계 이상으로 기동하려다 안전 차단 장치가 작동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VISTA를 활용한 테스트의 진가는 반복 숙달에 있었습니다. 보통 새로운 전투기 소프트웨어를 검증하려면 수개월의 시간이 걸립니다. 코드를 수정하고, 지상에서 검증하고, 비행 허가를 받고, 다시 비행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ACE 팀은 VISTA를 통해 매일 코드를 업데이트했습니다. 오전에 비행하며 AI의 오류를 발견하면, 점심시간에 코딩을 수정하여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오후 비행에 바로 적용했습니다.
에드워즈 공군기지의 시험비행학교 교관들은 "과거 1년이 걸릴 수정 사항들이 단 하루 만에 해결되는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엔지니어들은 X-62A에 탑재된 자율성 알고리즘을단 몇 분 만에 교체할 수 있었고, 조종사들은 몇 시간 간격으로 다른 팀의 AI를 테스트할 수 있었습니다.
2023년 9월, 마침내 그날이 왔습니다. 에드워즈 공군기지 상공에서, AI가 조종하는 X-62A와인간이 조종하는 F-16 전투기가 실제 공중전을 벌인 것입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고도 600미터 상공에서, 두 대의 전투기가 시속 1,900킬로미터의 상대 속도로 서로를 향해 돌진합니다. 서로의 거리가 불과 600미터까지 좁혀지는 순간, 인간 조종사는본능적인 긴장을 느끼지만, AI는 흔들림 없이 최적의 위치를 계산해 냅니다. 초기에는 방어적인 기동으로 시작했지만, 곧이어 서로 꼬리를 물기 위한 공격적인 기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전투의 절정은 두 기체가 정면으로 마주 보고 교차하는 고각도 기수 대 기수 교전이었습니다.
이것은 짜여진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단순한 비행이 아니었습니다. 두 대의 전투기는 진짜로서로를 격추하기 위해 맹렬하게 기동했습니다. 비행 중 X-62A의 앞좌석과 뒷좌석에는 인간 조종사가 탑승해 있었지만, 그들은 조종간에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AI의 비행을 모니터
링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안전 요원 역할만 수행했습니다. AI는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기체를 제어했습니다.
21회의 테스트 비행 동안 팀은 10만 줄 이상의 비행 관련 소프트웨어를 수정했습니다.
AI는 더 정밀하게 비행하고 안전 규정의 한계에서 작동했으며, 컴퓨터의 더 빠른 관찰-지향-결정-행동 루프 덕분에 더 빠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인간 조종사가 후속 사격을 위해 기동하려했지만 기회가 있었음에도 정면 사격이나 기회 사격을 시도하지 않는 동안, AI는 가능한 한 빨리 사격했습니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미 공군은 이 대결의 구체적인 승패를 국가 안보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테스트에 참여한 관계자들의 증언은 AI의 성능이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이었음을 시사합니다. 수석 테스트 파일럿 빌 그레이는 "X-62A는 도그파이트라는 매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비결정론적 AI를 항공우주 시스템에 안전하게 적용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조종사 관점에서 이 변화의 체감은 확실합니다.
시뮬레이터에서 AI와 싸울 때는 상대가 게임 룰 안에 갇혀 있다는 느낌이 남습니다. 그런데 X-62A로 옮겨오면, AI는 더 이상 픽셀과 벡터가 아닙니다. 그것은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 수 톤짜리 금속 덩어리이고, 그 금속이 만들어내는 와류와 폐쇄각은 내 기체를 실속으로 몰 수도 있습니다. 속도는 숫자가 아니라 충격으로 다가오고, G는 화면이 아니라 목뼈에 걸립니다.
DARPA ACE 프로그램 매니저인 라이언 헤프론 중령은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모든 영역에서연구는 도구가 허용하는 만큼만 빠르게 진행됩니다. VISTA의 최근 업그레이드는 AI 기반 자율성의 신속한 통합과 안전한 테스트를 가능하게 하여 훨씬 더 효과적인 테스트베드가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AI 기반 자율성의 실제 규모 비행 테스트를 최소 1년 앞당길 수 있었습니다.”
ACE 프로그램과 X-62A VISTA의 실험이 남긴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알파독파이트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면, ACE는 검증 가능한 현실을 만들었습니다. 공중전의 튜링 테스트는 단지 이겼는지 졌는지가 아니라, 현실의 안전과 신뢰 기준을 통과하며 그 싸움을 수행할 수 있는지에달려 있습니다. X-62A가 그 문턱을 실제로 밟았습니다. 시뮬레이터 속의 천재가 현실 세계의전사로 거듭난 순간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