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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3장 AI 생성물의 저작권 귀속 문제
인공지능 AI, 법정에 서다
제1부 AI와 지식재산권의 충돌
3장 AI 생성물의 저작권 귀속 문제
김경진 변호사
가. 인간 저작자(Human Authorship) 원칙
(1) Thaler v. Perlmutter: AI는 저작권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
2018년 어느 날, 미주리주에 사는 컴퓨터 과학자 스티븐 테일러(Stephen Thaler)는 워싱턴 D.C. 의 저작권청 접수 창구로 한 장의 서류를 보냈습니다.
서류에는 기묘한 이미지가 첨부되어 있었습니다. 몽환적인 철도 터널처럼 보이는 그림. 제목은 '낙원으로 가는 최근의 입구(A Recent Entrance to Paradise)'였습니다. 그러나 진짜 기묘한 것은 그림이 아니었습니다.
저작자란이었습니다. 테일러는 거기에 'Creativity Machine(창의적 기계)'이라고 적었습니다. 자신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저작권청 심사관들은 이 서류를 받아들고 잠시 멈췄을 것입니다. 150년 가까이 이어져 온 미국 저작권 행정 역사에서 '기계'가 저작자로 신청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테일러의 논리는 도발적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AI 시스템 '다부스(DABUS)'와 '창의적 기계' 가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이 이미지를 만들어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한 발 더 나아갔습니다. AI의 소유자인 자신이 '업무상 저작물(work-for-hire)' 법리에 따라 저작권을 승계받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저작권청은 거절했습니다. 논리는 단순했습니다. "인간이 창작하지 않은 작품입니다."
테일러는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023년 8월,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의 베릴 하웰(Beryl A. Howell) 판사는 저작권청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판결문에서 하웰 판사는 명확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인간의 저작(Human Authorship)은 저작권 보호의 핵심적 전제 조건입니다." 그리고 2025년 3월 18일, 연방항소법원(D.C. Circuit)은 이 판결을 만장일치로 확정했습니다. 패트리샤 밀렛(Patricia A. Millett) 판사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창의적 기계는 저작권법이 인정하는 저작자가 될 수 없습니다. 1976년 저작권법은 모든 등록 가능한 저작물이 처음부터 인간에 의해 저작되어야 함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법원의 논리를 이해하려면, 저작권이라는 제도의 출발점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 8항은 의회에게 "저작자와 발명자에게 한정된 기간 동안 독점적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과학과 유용한 예술의 발전을 촉진"할 권한을 줍니다. 여기서 핵심은 '저작자(Author)'라는 단어입니다. 법원은 이 단어가 역사적으로, 문맥적으로, 그리고 법체계 전체를 통틀어 언제나 '인간'을 의미해왔다고 판단했습니다.
테일러는 반박했습니다. 사전을 펼쳐 보였습니다. 'author'라는 단어가 반드시 인간만을 지칭하지 않는다는 정의를 찾아냈습니다. 법원은 일축했습니다. "법률 해석은 호의적인 사전 정의 하나를 찾는 것 이상을 요구합니다." 테일러는 또 다른 카드를 꺼냈습니다. 저작권법에는 ' 업무상 저작물' 조항이 있는데, 이에 따르면 고용주가 저작자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회사가 저작자가 될 수 있다면, 기계도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논리였습니다. 법원은 이것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업무상 저작물 조항의 '간주'라는 표현은, 원래 저작자가 인간이라는 전제 아래 권리만 이전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습니다.
테일러의 마지막 주장은 정책적이었습니다. 인간 저작자 요건을 고수하면 AI를 활용한 창작이 위축될 것이라는 경고였습니다. 법원은 이 주장에 대해서도 냉담했습니다. 판사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기계는 경제적 인센티브에 반응하지 않습니다. 저작권이 있든 없든 창의적 기계는 계속 그림을 그릴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 창작자에게는 저작권이 여전히 창작의 동기로 작용합니다." 법원은 덧붙였습니다. "만약 미래에 AI가 경제적 인센티브에 반응하게 되거나, 인간 저작자 요건이 독창적인 작품의 창작을 실질적으로 저해한다면, 그때 의회와 저작권청이 그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것입니다."
2025년 10월 9일, 테일러는 예고대로 연방대법원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사건번호 25-449. 그의 변호인단은 상고 허가 신청서(petition for writ of certiorari)에서 저작권청의 결정이 "AI를 창의적으로 활용하려는 모든 사람에게 위축 효과를 만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결정이 " 헌법이 의회에 저작권 권한을 부여한 목적에 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한국의 대법원과 다릅니다. 상고가 자동으로 심리되지 않습니다. 당사자가 상고 허가 신청서를 제출하면, 대법원은 먼저 이 사건을 심리할 가치가 있는지 결정합니다. 9명의 대법관 중 최소 4명이 동의해야 상고가 허가됩니다.
법조계에서는 이것을 "Rule of Four"라고 부릅니다. 매년 약 7,000건에서 8,000건의 상고 허가 신청이 들어오지만, 대법원이 실제로 심리하는 사건은 100건에서 150건에 불과합니다. 거부율이 98%를 넘습니다.
상고가 "granted"되면 본안 심리가 시작됩니다. 구술 변론(oral argument)이 열리고, 대법관들이 판결문을 작성합니다. 반대로 "denied"되면 하급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됩니다. 대법원은 거부 이유를 설명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Certiorari denied"라는 한 문장만 발표합니다.
2026년 1월 현재, 테일러의 상고 허가 신청은 아직 계류 중입니다. 대법원은 통상적으로 상고 허가 신청 검토에 수주에서 수개월이 소요됩니다. 매주 목요일에 열리는 비공개 회의에서 대법관들이 신청서를 검토하고, 이후 결정을 발표합니다.
테일러에게 이번은 두 번째 대법원 도전입니다. 2023년에 그는 특허 관련 사건(Thaler v. Vidal) 에서 "특허법상 '발명자'라는 용어가 인간만을 의미하는가?"라는 질문을 들고 대법원에 갔습니다. 대법원은 상고 허가를 기각했습니다. 이유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합니다. 한 로펌의 분석은 이렇습니다. "오늘날의 규칙은 분명합니다. AI는 강력한 조력자이지, 법적 저작자가 아닙니다. 대법원이 다른 입장을 취하기 전까지, 기업들은 인간의 창의성을 핵심에 두고, 정확한 공개를 하며, 현실적인 집행 기대치를 갖춘 프로세스를 설계해야 합니다."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 D.C. 항소법원의 판결이 최종 확정되고, 테일러의 7년에 걸친 법적 싸움은 종결됩니다. 만약 상고를 받아들인다면, AI 생성물의 저작권 귀속에 관한 역사적인 대법원 판결이 나오게 됩니다. 그러나 대법원이 개입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테일러 사건이 남긴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하나의 선 긋기였습니다. 미국 사법부는 AI가 아무리 정교하고 아름다운 결과물을 내놓더라도, 그것이 '인간의 정신적 구상(mental conception)'에서 비롯되지 않는 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이 선은 생각보다 날카롭습니다. 만약 AI 생성물에 저작권이 없다면, 경쟁사가 그것을 그대로 복사해서 사용해도 법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공공 영역(public domain)에 남는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실리콘밸리에 역설적인 메시지를 던집니다. 빅테크 기업들은 수천억 달러를 투자해 인간보다 똑똑한 AI를 만들려 합니다. 그런데 그 AI가 '너무' 똑똑해져서 인간의 손길 없이도 걸작을 만들어내는 순간, 그 걸작의 경제적 가치는 법적으로 '0'이 될 수 있습니다. 누구도 독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테일러가 던진 질문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인간만이 창작할 수 있다는 믿음은, AI 시대에도 지켜질 성역일까요, 아니면 19세기의 낡은 관습일까요.
(2) 미국 저작권청(USCO) 가이던스: 인간 창작적 기여의 필수 조건
2023년 3월 16일, 미국 저작권청은 조용히 한 장의 문서를 공개했습니다. 제목은 'AI 생성 자료를 포함한 저작물의 저작권 등록 지침'이었습니다. 테일러 판결이 나오기 5개월 전이었습니다. 저작권청은 법원보다 먼저 움직인 셈입니다.
이 지침의 핵심은 두 단어로 요약됩니다.
'분리(Separation)'와 '공개(Disclosure)'.
분리란 이런 뜻입니다. 당신이 AI를 사용해 작품을 만들었다면, 저작권청은 그 작품 전체를 하나의 덩어리로 보지 않습니다. AI가 만든 부분과 인간이 만든 부분을 따로 뜯어봅니다. AI가 만든 부분은 저작권 보호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인간이 만든 부분만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마치 집을 지을 때 건축업자가 쌓은 벽돌에는 권리를 주장할 수 없지만, 당신이 직접 칠한 페인트와 설치한 문고리에는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공개란 이런 의무입니다. 저작권 등록을 신청할 때, 당신의 작품에 AI 생성물이 포함되어 있는지 반드시 밝혀야 합니다. 숨기면 안 됩니다. 이미 제출된 신청서 중에 AI 사용을 밝히지 않은 것이 있다면, 수정해야 합니다.
2025년 1월 29일, 저작권청은 더 구체적인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저작권과 인공지능, 제2부: 저작권성(Copyrightability)'이라는 제목이었습니다. 이 보고서는 테일러 판결 이후 쏟아진 질문들에 대한 저작권청의 공식 답변이었습니다.
보고서의 결론은 명확했습니다.
"기존 법으로 충분합니다. 새로운 입법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저작권청은 인간이 AI를 활용하는 방식을 네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첫째, AI를 창작 과정을 돕는 도구로 사용하는 경우. 둘째, 프롬프트를 입력해 결과물을 생성하는 경우.
셋째, 인간이 만든 표현물(사진, 그림 등)을 AI에 입력해 변형시키는 경우.
넷째,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인간이 수정하거나 배열하는 경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두 번째, 프롬프트입니다. 저작권청의 결론은 단호했습니다. "현재 일반적으로 이용 가능한 기술을 기준으로, 프롬프트만으로는 결과물을 인간이 저작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꺾는 판단이었습니다. 미드저니(Midjourney)나 달리(DALL-E) 를 사용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자신이 정교한 프롬프트를 작성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들였으니, 그 결과물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작권청은 이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저작권청의 논리를 이해하려면 비유가 필요합니다. 당신이 유명 화가에게 "바다 위에 뜬 달을 그려주세요. 달빛은 은색이어야 하고, 파도는 고요해야 합니다"라고 의뢰했다고 합시다. 화가가 걸작을 완성했습니다. 이 그림의 저작자는 누구일까요. 화가입니다. 당신은 '아이디어'를 제공했을 뿐, '표현'을 창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작권청은 AI에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행위를, 화가에게 그림을 의뢰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같다고 본 것입니다.
게다가 AI 생성물에는 결정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예측 불가능성입니다. 같은 프롬프트를 똑같이 입력해도, AI는 매번 다른 결과물을 내놓습니다. 저작권청은 이 점을 주목했습니다.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사용자는 결과물의 구체적인 표현 요소를 통제하지 못합니다. AI 시스템 자체가 표현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카메라와 비교해 보면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사진가가 셔터를 누를 때, 그는 구도와 조명과 순간을 선택합니다.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의도한 대로 나옵니다. 하지만 미드저니 사용자가 "고양이 그림을 그려줘"라고 입력할 때, 그는 어떤 고양이가, 어떤 자세로, 어떤 배경에서 나올지 정확히 예측하지 못합니다. AI가 결정합니다. 그러나 저작권청이 모든 문을 닫은 것은 아닙니다. 보고서는 몇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었습니다. "명백하게 인지 가능한 인간 입력이 있는 AI 생성물은, 적어도 그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간에 의해 저작된 것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당신이 AI로 이미지를 생성한 후, 그것을 포토샵에서 대폭 수정했다면, 수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한 AI 생성물들을 창의적으로 선택하고 배열했다면, 그 '선택과 배열'에 대해서도 저작권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저작권청의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AI 시대에 저작권을 확보하고 싶다면, 당신의 손을 움직여야 합니다. 키보드로 프롬프트를 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AI가 뱉어낸 결과물 위에 인간의 지문을 짙게 남겨야 합니다. 그 지문이 '창작적 통제'의 증거가 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기록을 남기십시오.
저작권청은 향후 분쟁에서 '인간의 기여'를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암시했습니다. 어떤 부분을 언제 어떻게 수정했는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타임라인과 로그를 남겨두는 것이 현명합니다. AI 시대의 저작권은 '무엇을 만들었는가'보다 '어떻게 만들었는가'를 증명하는 싸움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 저작권 인정 사례와 기준 (35번 수정한 치즈사진)
(1) A Single Piece of American Cheese 사건: 35회 이상 수정을 통한 저작권 등록
2025년 1월 30일, 미국 저작권청의 심사관들은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습니다. 한 장의 이미지에 저작권 등록을 승인한 것입니다.
제목은 'A Single Piece of American Cheese(미국 치즈 한 조각)'였습니다. 이미지에는 스파게티 같은 머리카락을 가진 여성이 있었고, 이마에 세 번째 눈이 있었으며, 얼굴에 녹아내리는 치즈 한 조각이 붙어 있었습니다. 초현실적인 디지털 합성물이었습니다.
이 이미지가 역사적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모든 구성 요소가 AI에 의해 생성되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직접 그린 선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작권이 인정되었습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이야기는 2024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켄트 키어시(Kent Keirsey)라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Invoke AI'라는 생성형 AI 플랫폼의 창업자이자 CEO였습니다. 미 해군 출신의 연쇄 창업가. 그는 자신의 플랫폼을 사용해 이 이미지를 만들었고, 저작권 등록을 신청했습니다.
첫 번째 시도는 실패했습니다. 저작권청은 거절 통지를 보냈습니다. "저작권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필요한 인간 저작이 부족합니다."
키어시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변호사 대신 다른 것을 들고 돌아왔습니다. 타임랩스 비디오였습니다.
그 비디오에는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키어시는 먼저 텍스트 프롬프트를 입력해 기본 이미지를 생성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거기서 멈추었다면, 저작권은 인정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다음이 중요했습니다. 그는 'inpainting' 이라는 기술을 사용했습니다. 인페인팅이란 이미지의 일부를 선택하고, AI에게 그 부분만 다시 생성하도록 지시하는 기법입니다.
키어시는 이 작업을 반복했습니다. 색감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부분을 선택하고 수정을 지시했습니다. 머리카락의 형태가 틀리면 다시 그렸습니다. 치즈의 질감이 어색하면 고쳤습니다. 배경의 그림자가 부자연스러우면 바꿨습니다. 이 과정이 35회 이상 반복되었습니다.
저작권청의 심사관들은 이 비디오를 보았습니다. 그들이 본 것은 단순히 AI가 이미지를 뱉어내는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인간이 계속해서 선택하고, 판단하고, 수정하고, 다시 판단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어떤 부분을 남길지, 어떤 부분을 버릴지, 어떤 방향으로 바꿀지. 이 모든 결정이 키어시의 머릿속에서 나왔습니다.
2025년 1월 30일, 저작권청은 입장을 바꿨습니다. 승인 서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이 작품에는 AI 생성 자료의 선택, 배열, 조정에 있어 충분한 양의 인간 독창적 저작이 포함되어 있어, 저작권 등록이 가능하다고 판단합니다."
하지만 저작권청은 한 가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등록 범위입니다. 저작권청 기록에 등록된 내용을 보면, 보호 대상이 "인공지능에 의해 생성된 자료의 선택, 조정, 배열"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개별 AI 생성 이미지 요소들 자체는 보호 대상에서 명시적으로 제외되었습니다.
이것은 중요한 구분입니다. 비유하자면 이렇습니다. 당신이 다양한 사진들을 모아 콜라주 작품을 만들었다고 합시다.
개별 사진들의 저작권은 원래 사진가들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그 사진들을 창의적으로 선택하고 배열한 방식, 그 '편집'에는 당신의 저작권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A Single Piece of American Cheese'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녹아내리는 치즈 이미지 자체는 AI가 만든 것이므로 저작권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치즈를 여성의 얼굴 어디에 배치할지, 머리카락의 형태를 어떤 방향으로 수정할지, 전체 구도를 어떻게 조정할지, 이 '선택과 배열'에는 인간의 창작적 판단이 들어갔으므로 저작권이 인정되었습니다.
이 사건이 남긴 실무적 교훈은 분명합니다. AI 시대에 저작권을 확보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 과정의 밀도입니다. 단순히 프롬프트를 입력하고 마음에 드는 결과물을 고르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결과물 위에 반복적으로 인간의 판단을 쌓아야 합니다. 수정하고, 다시 보고, 다시 수정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둘째, 증거의 완성도입니다. 키어시가 저작권을 얻은 것은 타임랩스 비디오 덕분이었습니다. 그 비디오가 없었다면, 저작권청은 그가 얼마나 많은 결정을 내렸는지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AI를 사용해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이제 작업 로그와 수정 기록을 체계적으로 남겨야 합니다. 그것이 미래의 분쟁에서 자신의 권리를 입증할 유일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2) 인간의 창의적 통제(Control) 인정 기준
저작권 인정의 핵심은 '통제(Control)'라는 단어입니다. 이것을 이해하려면 자동차 비유가 도움이 됩니다. 당신이 운전대를 잡고 있다면, 당신이 차를 '통제'하고 있는 것입니다. 차가 어디로 갈지는 당신이 결정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조수석에 앉아 "왼쪽으로 가"라고 말했을 뿐이고, 운전은 다른 누군가가 했다면, 당신은 차를 통제한 것이 아닙니다.
AI와 창작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저작권청이 묻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최종 결과물의 표현 요소를 누가 결정했는가?"
카메라를 생각해 봅시다. 사진가가 셔터를 누를 때, 그는 구도를 결정합니다. 조명을 선택합니다. 초점을 맞춥니다. 순간을 포착합니다.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의도한 대로 나옵니다. 이것이 '통제'입니다.
이제 미드저니를 생각해 봅시다. 사용자가 "바다 위에 뜬 달"이라고 프롬프트를 입력합니다. 결과물이 나옵니다. 하지만 그 달이 보름달인지 초승달인지, 바다가 잔잔한지 거친지, 색조가 따뜻한지 차가운지, 이 모든 것은 AI가 결정합니다. 사용자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같은 프롬프트를 다시 입력하면 완전히 다른 이미지가 나옵니다. 이것은 '통제'가 아닙니다.
미국 저작권청의 2025년 1월 보고서는 이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현재 일반적으로 이용 가능한 기술을 기준으로, 프롬프트만으로는 인간이 결과물의 표현 요소를 충분히 통제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프롬프트는 '아이디어'입니다. '표현'이 아닙니다. 저작권법은 아이디어를 보호하지 않습니다. 표현만 보호합니다.
그렇다면 언제 '통제'가 인정될까요. 저작권청과 법원은 몇 가지 기준을 제시합니다.
첫째, 결과물의 예측 가능성입니다. 당신이 도구를 사용했을 때,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예측할 수 있었습니까. 예측할 수 있었다면, 당신은 그 도구를 통제한 것입니다. 예측할 수 없었다면, 도구가 당신을 대신해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둘째, 개입의 정도입니다. AI가 뱉어낸 초기 결과물을 그대로 사용했습니까, 아니면 상당한 수정을 가했습니까. 'A Single Piece of American Cheese' 사건에서 키어시는 35회 이상 이미지를 수정했습니다. 각각의 수정에서 그는 선택을 했습니다. 이 선택들이 쌓여 '인간의 창작적 기여'로 인정되었습니다.
셋째, 선택과 배열입니다. AI가 수천 장의 이미지를 생성했고, 당신이 그중 몇 장을 골라 특정한 순서로 배치했다면, 그 '선택과 배열'에는 당신의 창작적 판단이 들어간 것입니다. 영화 편집자가 수천 개의 컷 중에서 특정 컷을 골라 이야기를 만드는 것과 비슷합니다.
넷째, 표현적 입력(expressive inputs)입니다. 당신이 직접 찍은 사진이나 그린 스케치를 AI에 입력하고, AI가 그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면, 그 과정에서 당신의 원래 표현이 살아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만약 당신의 원래 표현이 최종 결과물에서 "명백하게 인지 가능"하고 "AI 생성 요소와 분리 가능"하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작권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 기준들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닙니다. 저작권청 스스로 인정했듯이, "인간 기여가 저작 요건을 충족하는지는 사안별로 분석되어야 합니다." 법원이 향후 더 구체적인 지침을 제공할 것입니다.
실무적으로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계약서의 문구가 달라져야 합니다. "AI를 도구로 사용한 결과물의 권리는 사용자에게 귀속된다"는 선언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어떤 작업 로그가 있는지, 어떤 수정 기록이 있는지, 어떤 인간의 판단이 결합되었는지를 남겨야 합니다. 그래야 분쟁이 생겼을 때 '인간 저작물'의 범위를 그릴 수 있습니다.
만약 통제가 불충분하다면 어떻게 될까요. 저작권 보호가 부정됩니다. 그 결과물은 공공 영역에 남습니다. 누구나 복사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보호 수단을 찾으려면 저작권법 바깥으로 나가야 합니다. 영업비밀법, 상표법, 계약상 사용 제한, 데이터베이스 보호법 같은 다른 법적 장치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저작권 귀속 문제가 단순한 법리 논쟁이 아니라 산업 전략 문제로 변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다. 미국 유럽 독일의 다른 답
(1) 미국의 변형성(Transformativeness) 중심 접근
미국 저작권법에는 '공정이용(Fair Use)'이라는 장치가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는 없거나 제한적으로 존재하는 개념입니다. 쉽게 말하면, 남의 저작물을 허락 없이 써도 괜찮은 경우가 있다는 뜻입니다. 학생이 리포트에 책을 인용하는 것. 평론가가 영화 장면을 분석하는 것. 패러디 가수가 원곡을 비틀어 부르는 것. 이런 것들이 공정이용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공정이용을 판단할 때 미국 법원이 가장 중시하는 요소 중 하나가 '변형성(Transformativeness)'입니다. 당신이 남의 저작물을 사용했는데, 그것이 원작의 목적을 복제한 것인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기능과 목적을 가진 무언가로 변형된 것인가. 후자라면 공정이용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구글 검색 엔진 사건이 좋은 예입니다. 구글은 웹사이트들의 콘텐츠를 인덱싱하고 미리보기 이미지를 제공합니다. 원래 웹사이트들의 목적은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구글의 목적은 사용자가 정보를 찾도록 돕는 것이었습니다. 법원은 구글의 사용이 '변형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같은 콘텐츠가 완전히 다른 기능을 위해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AI 학습 데이터 분쟁에서도 이 논리가 적용됩니다. OpenAI와 같은 AI 기업들은 주장합니다. 우리는 뉴욕타임스 기사를 '소비'한 것이 아니라 '학습'한 것이다. 언어의 패턴을 추출한 것이다. 이것은 변형적 사용이다. 공정이용에 해당한다.
하지만 최근 판례의 흐름은 이 주장에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2024년 톰슨 로이터스(Thomson Reuters) 대 로스 인텔리전스(ROSS Intelligence) 사건에서, 델라웨어 연방법원은 AI 기업 측의 공정이용 항변을 기각했습니다. 로스 인텔리전스는 톰슨 로이터스의 법률 데이터베이스 콘텐츠를 학습 데이터로 사용해 경쟁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법원은 이것이 원저작물의 시장을 대체하는 상업적 사용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변형성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접근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입력 단계(학습)에서는 비교적 관대하지만, 출력 단계(생성물)에서는 엄격합니다. AI가 저작물을 학습하는 것 자체는 공정이용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지만, 그 학습 결과 만들어진 생성물에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없다면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 테일러 판결이 그 선을 그었습니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빅테크 기업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AI로 만든 콘텐츠에 저작권이 없다면, 그 콘텐츠는 공공 영역에 남습니다. 기업들은 그 데이터를 다시 학습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저작권 없음'을 통해 데이터의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2) 유럽의 저작권 보호 중심 접근
대서양을 건너면 풍경이 달라집니다. 유럽연합(EU)에는 미국식 '공정이용' 개념이 없습니다. 대신 저작권에 대한 '특정 예외 및 제한'만 있습니다. 예외 목록에 없으면 침해입니다. 유연성이 낮습니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저작자의 권리, 특히 '인격권(droit d'auteur)'을 중시합니다. 저작물은 저작자 인격의 연장이라는 사고방식입니다. 이 관점에서 AI는 곤란한 존재입니다. 인격이 없기 때문입니다.
EU의 디지털 단일 시장(DSM) 저작권 지침에는 텍스트 및 데이터 마이닝(TDM) 예외 조항이 있습니다.
연구 목적이나 특정 조건 하에서 저작물을 기계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허용하는 조항입니다. AI 기업들은 이 조항을 근거로 학습 데이터 사용을 정당화하려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결정적인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옵트아웃(Opt-out)' 권리입니다. 저작권자가 자신의 작품이 AI 학습에 사용되는 것을 명시적으로 거부할 수 있습니다.
거부 의사가 표시되면, AI 기업은 그 작품을 학습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
2024년 발효된 EU AI법(EU AI Act)은 이 원칙을 강화합니다. 범용 AI(GPAI) 모델 제공자는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셋의 요약을 공개해야 합니다. 저작권법 준수를 입증해야 합니다. 투명성 의무입니다.
이것은 저작권자가 자신의 작품이 사용되었는지 추적하고, 필요하면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줍니다.
유럽의 접근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AI 생성물에 쉽게 저작권을 부여하기보다, 원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방점을 둡니다. 산업 발전은 그 조건을 전제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미국이 사후적 소송(litigation)을 통해 경계를 정하려 한다면, 유럽은 사전적 규제(regulation) 를 통해 규칙을 강제합니다.
(3) 독일 GEMA v. OpenAI 판결: 학습 단계 복제권 침해 인정
2025년 11월 11일, 뮌헨 지방법원의 제42민사부는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습니다. 사건 번호 42 O 14139/24.
원고는 GEMA, 독일 최대의 음악 저작권 관리 단체였습니다. 피고는 OpenAI, 챗GPT를 만든 미국 기업이었습니다.
GEMA의 주장은 이랬습니다. OpenAI는 독일 유명 가요의 가사를 허락 없이 챗GPT 학습에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사용자가 간단한 프롬프트만 입력해도 챗GPT가 그 가사를 거의 그대로 출력합니다. 이것은 저작권 침해입니다.
문제가 된 곡들은 독일에서 누구나 아는 노래들이었습니다.
헬레네 피셔의 '아템로스(Atemlos, 숨 가쁘게)'. 헤르베르트 그뢰네마이어의 '메너(Männer, 남자들)'. 라인하르트 마이의 '위버 덴 볼켄(Über den Wolken, 구름 위에서)'. 롤프 추코프스키의 '비 쇤, 다스 두 게보렌 비스트(Wie schön, dass du geboren bist, 네가 태어나서 얼마나 좋은지)'. 한국으로 치면 '아파트', '사랑의 찬가', '가시나무' 같은 국민 가요들입니다.
OpenAI의 반박은 기술적이었습니다.
우리 모델은 특정 학습 데이터를 저장하거나 복사하지 않습니다. 우리 모델은 데이터셋 전체에서 통계적 상관관계를 학습할 뿐입니다. 가사가 출력되는 것은 사용자 프롬프트의 결과이지, 우리의 책임이 아닙니다. 그리고 설령 저작물을 사용했더라도, TDM 예외 조항에 해당합니다.
뮌헨 법원은 이 모든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판사 엘케 슈바거(Elke Schwager)와 동료 판사들은 먼저 기술적 사실을 확정했습니다.
챗GPT에 "아템로스의 가사가 뭐야?"라고 입력하면, 모델은 원곡 가사를 거의 그대로 출력합니다. 일부 '환각(hallucination)'이 있어 몇 단어가 틀리기도 하지만, 노래의 고유한 특성은 명확하게 인지됩니다.
법원은 이것을 '기억화(memorisation)'라고 불렀습니다. 학습 데이터가 모델의 파라미터 안에 내장되어 있고, 추출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법원은 이것이 독일 저작권법 제16조의 '복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가사가 모델 파라미터 안에 '고정'되어 있으므로, 복제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또한 제19a조의 '공중전달'에도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챗GPT가 사용자 프롬프트에 응답해 가사를 출력하는 것은 저작물을 공중에게 이용 가능하게 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OpenAI의 TDM 예외 주장도 기각되었습니다. 법원은 TDM 예외가 '분석적 목적'을 위한 일시적 복제만 허용한다고 해석했습니다. 저작물 전체를 모델 안에 영구적으로 기억시키고, 거의 그대로 재생산하는 것은 TDM 예외의 범위를 벗어납니다.
법원은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TDM 예외는 권리자의 경제적 이익을 해치는 방식의 이용까지 허용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법원은 OpenAI에게 GEMA의 레퍼토리 사용을 중지하고, 사용 범위와 관련 수익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손해배상을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판결문은 지역 신문에 게재되어야 합니다. 상징적이지만 강력한 구제 수단입니다.
이 판결이 의미하는 바는 큽니다.
미국에서 "학습은 공정이용"이라는 주장이 아직 논쟁 중인 상황에서, 독일 법원은 명확한 선을 그었습니다. AI 모델이 저작물을 '기억'하고 '재생산'할 수 있다면, 그것은 저작권 침해입니다. 라이선스 없이는 안 됩니다.
OpenAI는 항소 의사를 밝혔습니다. 유럽사법재판소(CJEU)에 회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1심 판결은 나왔습니다. 유럽에서 AI 기업들이 학습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라이선스 계약이 필수라는 신호가 명확해졌습니다.
GEMA의 법무 총괄 카이 벨프(Kai Welp)는 판결 후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 판결은 새로운 기술이 유럽 저작권법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한 핵심적인 법적 질문들을 처음으로 명확히 했습니다. 이것은 유럽 전역의 저작자와 창작자들에게 공정한 보상을 얻기 위한 여정에서 이정표입니다." 세 대륙의 법원이 세 가지 다른 답을 내놓고 있습니다. 미국은 '인간 저작자 원칙'을 고수하면서 공정이용의 범위를 좁혀갑니다. 유럽은 학습 단계에서부터 저작권자의 권리를 강하게 보호합니다. 중국은 (제5부에서 다루겠지만) 산업 육성을 위해 AI 생성물의 저작권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이 세 갈래 길 중 어느 것이 정답인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습니다. AI 기술은 국경이 없지만, 그 기술로 만들어진 콘텐츠의 법적 지위는 철저히 국경 안의 법이 결정합니다. 베이징에서 내 권리인 것이 뉴욕에서는 공공재가 되고, 뮌헨에서는 불법 복제물이 됩니다. 글로벌 AI 전쟁은 이제 기술력을 넘어, 누가 더 유리한 '게임의 규칙'을 만드느냐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