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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4.2 중앙 정부 주도의 관료적 안정성과 체계적 관제: 싱가포르 모델
도시의 뇌와 디지털 트윈
4.2 중앙 정부 주도의 관료적 안정성과 체계적 관제: 싱가포르 모델
김경진 변호사
코로나19가 번지기 시작한 2020년 초, 정부기술청의 개발자들은 몇 주 만에 트레이스투게더라는 동선 추적 앱을 만들어 내놓았다. 지방 정부가 민간 기업과 손잡고 몸집을 키운 항저우와 달리, 이 앱을 만든 것은 정부 조직 그 자체였다.
싱가포르의 스마트시티 정책은 총리실 직속 조직이 처음부터 끝까지 방향을 잡고 실행까지 맡는 국가 주도형 모델을 따른다. 2014년 정부는 스마트 네이션이라는 이름의 국가 전략을 선언하고, 총리실 산하에 스마트 네이션 프로그램 사무국을 두어 개별 사업을 관리했다. 그러나 부처마다 따로 만든 시스템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지 못하는 문제가 이어지자, 2017년 정부는 이 사무국을 스마트 네이션 디지털 정부 그룹으로 확대했다. 이 조직은 국가 전략과 우선순위를 정하는 스마트 네이션 디지털 정부 사무국과, 실제 기술을 만들고 시스템을 통합하는 정부기술청, GovTech으로 나뉘어 움직였다. GovTech은 2016년에 세워진 법정기관으로, 여러 부처가 저마다 다른 시스템을 따로 짓는 대신 하나의 데이터 원천과 공통 기술 표준을 함께 쓰도록 조율하고 그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구조는 2023년을 지나며 다시 한번 모양을 바꾸었다. 스마트 네이션 디지털 정부 그룹의 기능은 당시 통신정보부, MCI와 합쳐지는 절차를 밟았고, 2024년 4월 스마트 네이션 그룹이라는 새 조직이 들어섰다. 같은 해 7월 통신정보부는 디지털발전정보부, MDDI로 이름을 바꾸었다. 지금은 이 디지털발전정보부가 GovTech과 정보통신미디어개발청, IMDA, 사이버보안청, CSA를 아우르는 자리에서 국가 디지털 정책을 총괄한다. 조직의 이름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총리실에 가까운 자리에서 여러 부처를 넘나드는 힘을 쥔 하나의 기구가 디지털 전환을 이끈다는 골격 자체는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 골격 위에서 정부는 몇 가지 큰 성과를 만들어냈다. 국립연구재단과 싱가포르 토지청이 국토 전체를 3차원으로 옮긴 버추얼 싱가포르를 세운 것이 그 하나다. 전 국민을 위한 디지털 신원 체계 싱패스와 정보 연동 장치 마이인포, 생애주기별 서비스를 모은 LifeSG, 재정 지원금을 직접 보내는 거브월렛도 이 조직이 차례로 밀어붙인 결과다. 코로나19 위기 때 만든 트레이스투게더와 세이프엔트리는 평소에 다져 둔 개발 역량이 위기 앞에서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를 보여 준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정부는 2024년 10월 스마트 네이션 2.0 전략을 새로 내놓았다. 신뢰와 성장, 공동체라는 세 가지를 목표로 삼고, 인공지능 기술을 안전하게 쓰는 방법과 디지털을 다루기 어려운 시민을 돕는 방법을 함께 담았다. 지역 사회에는 디지털 대사라는 인력을 배치해 고령층과 저소득층이 이 모든 앱과 서비스를 실제로 쓸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왔다.
싱가포르와 같은 중앙 집중형 모델을 다룬 연구들은 이 방식이 정책을 일관되게 밀어붙이고, 여러 부처의 기준을 하나로 맞추며, 위기 상황에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힘으로 꼽는다. 그러나 같은 연구들은 정보와 결정권이 한 기구로 몰릴수록 사생활 침해 우려가 커지고, 몇몇 고위 관료의 판단에 국가 전체의 방향이 좌우될 위험도 함께 커진다고 짚는다. 이런 위험을 억누르기 위해 싱가포르는 두 가지 법 체계를 나눠 쓴다. 민간 기업의 개인정보 처리는 개인정보보호법, PDPA와 PDPC의 지침이 다루고, 정부 기관이 갖고 있는 정보는 공공부문 거버넌스법과 정부 정보통신 지침이 따로 규율한다. PDPC가 만든 인공지능 거버넌스 모델 프레임워크는 민간 조직이 인공지능을 쓸 때 설명 가능성과 공정성을 스스로 갖추도록 권하는 자율 지침이며, 공공 서비스의 알고리즘을 규율하는 기준은 아니다.
항저우가 지방 정부와 기업 사이의 협력으로 속도를 냈다면, 싱가포르는 총리실에 가까운 하나의 기구가 여러 부처의 기준을 조율하고 공통 기반을 놓는 방식으로 같은 목적지에 다다랐다. 조직의 이름표는 여러 번 바뀌었어도, 한 곳에서 기획하고 그 손으로 직접 만든다는 원칙은 그대로 남아 있다.
근거 및 참고문헌
Ministry of Digital Development and Information. (2023). Smart Nation and Digital Government Group and MCI to merge. https://www.mddi.gov.sg/newsroom/sndgg-and-mci-to-merge-from-oct-2023/
Ministry of Digital Development and Information. (2024). Launch of Smart Nation 2.0. https://www.mddi.gov.sg/newsroom/smart-nation-2-press-release/
Ministry of Digital Development and Information. (2026). Agencies under MDDI. https://www.mddi.gov.sg/who-we-are/agencies/
Singapore Attorney-General's Chambers. (2018). Public Sector (Governance) Act 2018. https://sso.agc.gov.sg/Act/PSGA2018













